부통령 당선 바이든 경험 풍부한 ‘외교 의 달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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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미국 의회의 외교통으로 한국에 대해서도 잘 아는 조셉 바이든(65·사진) 상원 외교위원장이 부통령에 당선됐다. 상원 6선인 그는 외교위원장직을 세 번이나 맡을 정도로 국제 정세에 밝다. 버락 오바마 당선인이 그를 부통령 후보로 선택한 건 그의 풍부한 외교 경험과 경륜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오바마 행정부가 출범하면 외교 분야에 대한 그의 영향력은 조지 W 부시 대통령 정권의 딕 체니 부통령처럼 막강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은 1972년 11월 29세의 나이로 상원에 입성한 후 36년 동안 다양한 의정활동을 했다. 변호사 출신으로 상원 사법위원장도 지냈다. 그는 ‘자유주의적 국제주의자(liberal internationalist)’라는 얘기를 듣는다. 중요한 국제문제를 풀려면 미국이 관계 당사자와 대화하고 개입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는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 발칸반도에서 인종청소를 한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세르비아 당시 대통령의 만행을 군사력으로 중단시켜야 한다고 주장해 관철시켰다. 요즘엔 내전으로 민간인이 대량 희생되고 있는 수단 다르푸르 사태를 미국이 방치하면 안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바이든은 북핵 문제를 풀려면 보다 적극적으로 대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다른 상원의원과 달리 워싱턴에 집이 없다.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의회까지 열차를 타고 통근하는 걸로 유명하다. 72년 선거 직후 아내와 생후 수개월 된 딸을 교통사고로 잃은 뒤 중상을 입은 두 아들을 간호하고 키우면서 생긴 습관을 지금까지 유지하는 것이다. 그는 아들들을 엄마처럼 돌보면서 잘 키웠다. 상원 회의가 밤 늦게까지 열려도 밖에서 자지 않고 늘 집으로 돌아갔다. 바이든의 그런 모습은 지역 유권자와 다수 대중을 감동시켰다.

그는 87년 대선 출마를 선언했으나 당의 경선에도 나가지 못했다. 경선을 앞두고 한 연설이 영국 노동당 닐 키녹 당시 당수의 연설문을 표절한 것으로 밝혀진 데다 시러큐스 법과대학원 시절 다른 논문을 베껴 F학점을 받은 사실까지 드러나자 주저앉은 것이다. 그는 올해 초에도 경선에 나갔으나 첫 경선 지역인 아이오와에서 1%의 지지밖에 얻지 못하자 다시 중도하차했다. 바이든은 능변이지만 말실수를 잘하는 걸로 유명하다.

그는 77년 질 트레이시 제이콥스와 재혼해 딸을 낳았다. 아내 질은 델라웨어의 한 대학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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