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레드선'내한 김덕수 사물놀이패와 협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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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외국인,특히 전통 국악음계에 낯선 서양인들에게 선뜻 추천할만한 우리 음악으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과연 그런 음악이 있기나한 것일까.지난해 발매된 김덕수 사물놀이패와 다국적 재즈그룹 레드선의 협연 음반 .난장.뉴 호라이즌'은 이같 은 질문에 아주 명쾌하고 만족스런 해답을 준다.
여기에 수록된 곡들은 전통음악의 어법에 충실하면서도 색소폰등서양악기 소리와 재즈.랩 기법을 포용,.국악과 양악의 접목'이란 미명아래 어설픈 협주에 그쳤던 것과는 격이 다른 새로운 소리를 들려준다.
이 음반은 국내제작 음반으론 최초로 세계 5대 메이저 음반사중 하나인 폴리그램과 라이선스 계약을 할 정도로 외국에서 호평받고 있다.또 김영삼(金泳三) 대통령이 세계각국의 국가원수나 외교사절을 만날때 건네주는 선물의 리스트에도 올라 있다.
이 유례없이 절묘한 동.서양 음악의 어울림을 공연장에서 감상할 수 있게 됐다.레드선이 내한,김덕수 사물놀이패와 함께 18일 서울KBS홀 공연을 필두로 4개도시를 돌며 순회공연을 갖는것.이 공연은 대구(27일.경북대 강당).울산( 28일.KBS홀).부산(30,31일.파라다이스 호텔)으로 이어진다.02-743-4052.
두 그룹의 협연 레퍼토리는 .난장.뉴 호라이즌'의 수록곡중 5곡. 이중 .토끼 이야기'는 가위 이 공연의 백미라 할 만하다.명창 안숙선이 판소리 .수궁가'중 토끼가 꾀를 내 빠져나가는 대목을 부르지만 흔히 갖는 선입견처럼 결코 지 루하지 않다. 장구와 꽹과리가 자진모리로 몰아치는 국악장단의 틈새를 묵직한 베이스 터치가 파고들고 알토 색소폰의 선명한 음색이 소리의목과 목 사이를 이어준다.양반 지배층의 위선을 풍자하는 서민예술로 탄생했다가 시대의 변천과 함께 거세된 전통 판소리의 해학성을 색소폰과 베이스의 익살스런 연주가 채워주고 있다.
이밖에 관조적이고 정적인 음악 .명상',구음(口音)과 기타.
태평소.색소폰이 사물과 베이스의 리듬 위에 실리는 .시나위'등이 연주된다.
레드선은 70년대 오넷 콜맨과의 연주 이래 최정상급 연주자로공인받고 있는 자말라딘 타코마(베이스),한국 장단을 가장 잘 이해하는 연주자로 알려진 볼프강 푸쉬니히(색소폰)와 그의 아내린다 샤록(베이스),12줄 기타를 연주하는 릭 이아나코네등 흑.백인 4명으로 구성된 재즈그룹.
김덕수 사물놀이패와는 87년 이후 지금까지 공동작업을 계속해오면서 모두 3장의 음반을 냈다.김덕수는 “그동안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수많은 아티스트와 함께 작업 해 왔지만 레드선과의 공연만큼 음악적 교감의 극대치를 가져다준 아티스트는 드물다”고 말한다. 김덕수 사물놀이패의 즉흥적이고 신명나는 연주는 외국에서 매우 훌륭한 프리 재즈의 일종으로 받아들여진다.또 최근 월드뮤직(남미.아시아.아프리카등 비서구 지역의 음악을 일컫는 용어)이 새로운 음악조류로 급격히 부상하고 있는데 세계시장 을 석권할수 있는 한국음악으로 그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다.

<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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