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클린턴에 넘어간 美 물가지수 개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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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마이클 보스킨 컬럼비아대 교수를 비롯한 미국의 저명한 경제학자 5명으로 구성된 소비자물가지수(CPI)연구위원회는 최근 그동안의 연구를 바탕으로 현행 CPI 산정방식을 바꿀 것을 권고했다. 지난해 미 상원 재무위원회가 임명한 CPI연구위원들은 93쪽에 달하는 최종 연구보고서를 통해 현행 인플레이션 산정방식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연간 1.1%포인트 정도 과대산출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CPI는 단순한 물가지수가 아니라 공무원 급여 인상을 비롯해연금및 연방정부의 각종 사회보장비 지출에 영향을 미치는 생활비지수로 인식된다.
뿐만 아니라 인플레이션 정도에 따라 시장금리의 기준이 되는 재할인금리와 정부 구매물자의 단가가 변하게 될 만큼 민감한 지수다. 실제로 이것이 1%포인트 하락할 경우 세수가 무려 4백79억달러 느는 반면 각종 사회부조금은 5백14억달러,기타 공공지출액은 2백8억달러,각종 누적부채는 1백37억달러 줄어들어향후 5년간 1천3백38억달러 가량의 연방예산을 절감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의회 예산국은 밝히고 있다.
이는 미 정부가 현재 2002년을 목표로 의욕적으로 추진하고있는 균형예산 달성을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삭감액이다.그러나만일 CPI위원회의 권고대로 될 경우 납세자들은 세금은 더 내면서 공공부조 혜택은 줄여받게 된다.
클린턴의 민주당이나 공화당 모두 재정적자를 막기 위해 CPI개정이 불가피하다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있지만 국민들의 생계와 직결된 문제를 혼자 떠맡아 표 깎이는 일은 꺼리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미 행정부는 9일 CPI 산출방식 수정에 동의한다고 밝혔으나 CPI 수정을 위해서는 먼저 전국적으로 폭넓은 합의가 도출돼야 할 것이라고 조심스런 입장을 보였다.
한편 공화당의 피트 도메이니 상원 재무위원장은 이 문제를 심도있게 다룰 것이라면서도“CPI 수정 여부는 최종적으로 클린턴대통령이 결정해야 한다”고 한걸음 뒤로 물러섰다.존 케이시 공화당 하원의원도“이제 볼은 클린턴 대통령에게 넘 어갔다”며 문제를 백악관측에 떠넘기고 있다.
어떤 CPI를 쓰든 국내 예산지출을 늘리려는 클린턴 대통령의입장과 세금의 대폭 삭감을 원하는 공화당측의 의도를 조정하는 유일한 길은 아마도 균형예산에 관한 양측의 최종 협상에서만 가능할 것이라고 양당 관계자들은 말한다.설사 CP I위원회 권고가 경제학자들의 근거있는 주장이라고 할지라도 양당이 쉽게 정치적으로 타협할 수 있는 성질의 문제는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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