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여성차별 여전 저임금 직종에 집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분단이후 남북한 생활문화는 간극이 커져가고 있지만 여성들의 삶의 질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9일 이화여대 한국여성연구원이 주최한.남북한 여성의 삶에 대한 비교' 세미나에서 발표자들은“겉으로 드러난 생활양식의 현격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가부장제 전통아래서 종속적인 지위에 머물러 있다는 점에선 남북한 여성의 삶이 비슷하다”고 입을 모았다. 북한 여성의 경제적 지위를 조망한 金애실(외국어대 경제학과)교수는“.여성은 혁명의 한쪽 수레바퀴'라는 김일성(金日成) 교시에 따라 북한 여성들은 사회 각 분야에 활발히 진출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면서 그러나 남녀차별적 실상은 북 한에도 엄존한다고 말했다.
金교수에 따르면 북한의 경우 식량배급을 받기위해 미혼여성의 취업은 필수적.결혼후 직장을 그만두는 주부라하더라도 노동법에 따라 가사외에 가내작업반.편의봉사.경제선동대등 비공식적인 사회노동에 종사하게 된다.하지만 이들에 대한 식량배급 량은 공식 노동자의 절반에 불과한 형편.
공식적으로 직업을 가진 여성들의 경우도 주로 사무원.경공업노동자.상업유통등 저임금 직종에 집중돼 있어(표참조) 여성의 사회적 역할은 남성의 보조적인 차원에 머물러 있다는게 金교수의 견해다. 귀순자 증언.북한내 출판물등을 자료로 북한 여성의 가치관을 살펴본 박혜란(이화여대 한국여성연구원)연구원은“심각한 경제난 속에 가족본위.실리주의적 가치관이 특히 젊은 여성들 사이에 팽배하고 있다”고 전한다.
“시집 잘 가는게 대학 15곳 다닌것 보다 낫다”는 유행어가시사하듯 최근 북한 젊은 여성들의 꿈은 좋은 직장에 취업하는 것보다는 명문대를 졸업한 외화벌이기관 근무원과의 결혼이라는 것. 또 부부간 일상대화에서 남편은 아내에게 반말을,아내는 남편에게 존대어를 하는 관습이나 남편의 외도를.흔히 있을 수 있는일'로 간주하는등 수직적인 남녀관계의 양상도 남북한이 유사하다. 여성은 남성들 앞에서 술을 마실 수 없다거나 처가쪽 출신성분이 나빠 승진이 어렵다며 남성들의 이혼요청이 증가하고 있다는사실은 북한 특유의 상황으로 흥미롭다.

<신예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