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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대兵營>4.초계함 水兵의 생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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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스무평 남짓한 갑판,비집어야 들어갈 수 있는 3층 침실,기관통제실,좁다란 통로,그리고 유일한 휴식처 사병식당.
9백급 PCC 초계함에서 수병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들이다.
바다가 좋아 해군에 입대했다는 김원섭(金元燮.22)수병이 근무하는 곳은 1함대 소속 군산함(함장 柳明起중령.해사36기).
金수병은 제대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제대후 곧바로 기사시험을 치러야 하기 때문.하루 4시간씩 두번 근무,이 젠 7백20시간만 근무하면 고향으로 돌아간다.
金수병의 임무는 기관실 보조와 순찰.전투가 시작되면 소총수 임무도 맡는다.金수병도 매일 다람쥐 쳇바퀴 도는 식으로 배 밑바닥 기관실과 2층 갑판위까지 이상한 곳이 없는가를 살피는게 일과다.오전 6시15분 기상,8시간 근무를 하면 나머지는 자유.시집도 읽고 1급 전기기사 시험준비도 한다.옆에는 신병들이 담배를 피우며 TV를 보거나 누워서 편지도 쓴다.金수병이 졸병시절에는 감히 생각도 못했던 일들이다.고참-졸병의 차이는 별로없다.침실만은 고참순으로 높은(3층 )데를 사용하고 있다.
이밖에 과업을 제대로 못하는 후임병을 과실자로 분류,외박대신청소를 시키는 정도가 고참의 덤이다.
멋모르고 해군에 입대했다가 배멀미를 참지못해 배에서 내려주지않으면 바다에 뛰어내리겠다는 막무가내 신병을 다독거려야 하는 부업도 있기는 하다.
한번 작전에 나가면 1주일만에야 흙을 밟을 수 있다.배에서는10~20분씩 시간을 제한해 놓고 물을 공급하기 때문에 제대로씻을 수도 없고 빨래도 못한다.그래서 육지에 닿으면 맨먼저 목욕탕으로 달려간다.한달에 한번씩 1박2일의 외 박이 허락돼 있지만 1만4천원 봉급에 1만8천원의 항해수당을 합쳐도 고작 3만2천원.친구와 어울려 즐기기엔 턱도 없다.부모님에게 손벌릴 생각도 없다.그래서 궁여지책으로 2~3개월치 봉급을 모았다가 외박을 나간다.다만 돌아올 때 최근 유행하는 음악테이프를 사들고 오는 것은 잊지 않는다.

<김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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