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으로가는간이역>6.여천 신풍-'애양원' 김인권 원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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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꼬막.총각김치.미역줄기.무국.
애양원 직원식당의 점심 반찬이다.한끼 6백원.그중 3백원은 이용하는 직원이 내고 나머지 3백원은 병원이 부담한다.
김인권(46)원장과 함께 한 식사.낮12시40분에 찾아갔다.
약속시간보다 10분 늦은 시각.10분쯤 늦은들 어떠랴.
그러나 그의 10분을 잃게 한 것은 알고보니 작은 잘못이 아니었다. 포사이트의 헌신적 사랑으로 시작된 애양원.공식명칭은 애양재활병원.나환자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을 바꾸는데 크게 공헌했다. 널리 알려진 소록도병원이 나환자의 격리수용.치료에 중심을 둔.그들의 천국'이라면,애양원은 일반인과 나환자를 함께 묶은.우리들의 천국'이라고 할 만하다.
“67년부터 일반지체장애인,특히 소아마비환자와 나환자를 함께수용해 재활수술해오고 있습니다.나환자가 결코 멀리해야 할 두려운 상대가 아니라는 인식을 일반인에게 심어주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었어요.이곳에서 수술받은 일반 환자와 그 가 족들을 통해그런 인식이 널리 퍼져나갔지요.” 김원장은 정형외과 전문의.75년 서울대의대를 졸업했다.특히 고관절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다. “대학 졸업후 3년간 소록도에서 공중보건의로 근무했습니다.
그때 제 전공인 정형외과술이 가장 필요한 이들이 나환자들이라고생각했지요.그래서 애양원에 오게 됐습니다.” 3평 남짓한 소박한 원장실..큰 병원의 스카우트 제의가 줄기차지만 아예 귀담아듣지도 않는다'는 것이 주위의 귀띔이었다.
그가 지난 한햇동안 집도한 수술은 2천9백6건.
이제 나환자는 줄어 5%미만이고,주로 일반 소아마비 환자들이다.재작년에는 3천5백여건이었다.
하루 평균 10건 내외의 수술을 하는 것이다.최고 기록은 하루 17건.애양원 입원환자는 1백60명정도지만 소문을 듣고 멀리서 찾아온다.그의 수술을 받으려면 1년을 기다려야 한다.
그런 그의 시간을 10분이라도 잃게 한 것은 크게 반성해야 할 일이었다.
***여천 신풍-여행 쪽지*** ▶신풍역.애양원(0662-82-7936)가는 길:서울역에서 순천행 기차가 오전7시35분부터 오후11시35분까지 하루 11회 있다.순천역에서 신풍역까지는 오전8시16분,오후6시50분 하루 두차례 비둘기호가 운행된다.40분 걸린다.
순천역 앞에서 96번,900번 시내버스를 타면 신풍역을 지나애양원까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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