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봉사단 보고 고아들 몰려들어-르완다 르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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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지난 4일 오후3시 르완다 기세니지역 국경초소인 페티트 바흐예흐에서 2백여 떨어진 곳에 위치한 임시 고아원.이곳에 막 들어온 50여명의 어린이들이 상담원들에게 자신의 이름과 주소.가족관계등을 설명하고 있었다.
비정부기구(NGO)인 국제기아대책기구(FHI)와 콘선(CONCERN)이 운영하는 이 임시 고아원에는 자이르 고마 일대 후투족 난민촌에 있다가 지난달 중순부터 르완다로 들어오기 시작한귀향행렬에 휩싸인 고아및 미아들이 임시수용돼 있 었다.
10세미만의 이들 어린이는 보호자 없이 장기간 난민촌에서 생활한 뒤 자이르 반군 공격으로 인해 도피생활을 해온 탓인지 한눈에 봐도 처참한 모습들이었다.
거의 모든 어린이들은 맨발에 옷인지 누더기인지 구분할 수 없는 천을 걸치고 있었고,일부 어린이는 감당하기 어려웠던 참혹한기억들 때문인지 말문마저 닫혀 있었다.어른들의 분쟁이 어린이들의 꿈은 물론 가족들마저 앗아간 것이다.94년 아버지가 피살되고 어머니는 자이르 난민촌에서 질병으로 숨졌으며 형제들과는 피난도중 헤어진 루엥게리(8)어린이처럼 이곳에 수용된 어린이 대부분은 94년 대학살때와 자이르 난민촌 이동당시 부모를 잃었거나 헤어지는 슬픔을 겪었다.
94년 중앙일보가 실시한 르완다난민돕기 자원봉사캠페인에 참여한 뒤 지속적으로 르완다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펴온 한국국제기아대책기구(회장 姜聖模)관계자들이 고아돕기및 주택지원 자금중 5만달러를 전달한 소식이 알려지자 이들 어린이는 경계 심을 풀며 봉사단원들에게 반갑게 달려들었다.
국제기아대책기구 르완다 책임자인 노아 갤러웨이(50)는“94년 이후 한국자원봉사단이 보여준 열의에 전세계 NGO관계자들이큰 찬사를 보내고 있다”며“어린이들에게 한국국민들의 자원봉사활동의 노력이 모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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