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논 = 습지’결의안 … 환경농업에 탄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3면

경남 창원에서 열린 제10차 람사르 협약 당사국 총회가 8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4일 막을 내렸다. 총회에선 ‘습지 시스템으로서 논의 생물 다양성 증진(논 습지)’과 ‘물새 비행 경로 보전을 위한 국제 협력 증진’ ‘습지와 바이오 연료’ 등 모두 32개의 결의문이 채택됐다.

‘인류의 복지와 습지에 대한 창원선언문’에선 “습지는 식량을 제공하고 탄소를 저장하며 수계를 관리하고 에너지를 저장하고 있다”며 “습지는 인류 미래의 안보를 위해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또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국가 전략에 물·습지 관리를 포함해야 하며 탄소를 다량 저장하고 있는 습지 체계에 대한 교란은 엄청난 탄소 배출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역대 선언문은 선언적 내용에 그쳤지만 창원선언문은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담고 있다. 2009년에 열리는 세계물포럼(터키 이스탄불), 제17차 유엔지속가능발전위원회(미국 뉴욕)에서 창원선언문의 주요 메시지가 전달될 예정이다.

창원 총회는 국내에서 습지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새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습지를 관광자원으로 탈바꿈시키는 데도 기여했다. 실제로 람사르 총회가 한창이었던 1, 2일 이틀 동안 순천만에는 32만여 명이 찾았다. 우포늪에도 10만여 명이 방문했다.

행사 규모는 140개국에서 2288명의 전문가와 시민단체가 참가한 역대 최대였다. 개막식에 이명박 대통령과 아힘 슈타이너 유엔환경계획(UNEP) 사무총장이 참석하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메시지가 전달된 것도 이례적이었다. 총회 기간 중 본회의를 비롯해 53개 이벤트와 19개 학술 심포지엄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열렸다. 아나다 티에가 람사르 협약 사무총장은 “한국 정부와 경상남도가 지난 3년간 열심히 준비한 덕분에 부족함 없이 총회를 마치게 됐다”고 평가했다. 차기 개최국은 루마니아로 결정됐다.

김상진 기자


EU, 쌀 무역장벽 우려해 반대
논란 거듭하다 마지막 날 통과
논 환경직불제 촉진 계기 될 듯

뉴스분석 “논은 식량 보급기지뿐 아니라 철새와 다양한 수생 동식물의 보고다.”(한국·일본)

“논에 쓰이는 거름은 막대한 메탄가스를 발생시키는 환경 오염원으로 배출 통제가 필요하다.”(유럽 국가)

논 습지 결의안은 람사르 총회에서 가장 뜨거운 논쟁거리였다. 논농사 비중이 큰 한국·일본과 달리 일부 유럽연합(EU) 국가는 논 습지 결의안이 국제 쌀 무역의 장벽이 될 것을 우려해 난색을 표했다. EU 국가들은 화학물질의 과도한 사용과 자연 습지를 논으로 전용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시했다. 결국 비공식 작업반이 꾸려져 진통 끝에 폐막일에 겨우 통과됐다.

논 습지 결의문의 정식 명칭은 ‘습지 시스템으로서 논의 생물 다양성 증진 결의문’. 구속력은 없지만 논을 지속 가능한 습지 시스템으로 관리하고 보전하겠다는 당사국들의 약속이다.

결의문에는 유해 화학물질의 과다 사용, 부적절한 논의 용도 변경, 부적절한 수자원 관리, 외래종을 포함한 새로운 생물의 도입은 위협적이라고 지적한다. 따라서 논을 주변 자연 습지·강과 연계해 관리하고 환경·농업·보건 당국이 서로 협력하도록 권유하고 있다.

논 습지 결의문의 통과로 한국에서 논이 줄어드는 추세에도 일부 제동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의 논은 1988년 135만8000㏊에서 2007년 107만㏊로 20년 동안 전체 면적의 21.2%인 28만8000㏊가 줄었다.

또 유기농법을 실천할 경우 일정 금액을 보상해 주는 환경직불제, 주변 습지를 고려한 논의 물 관리 등 환경 기능을 살리는 정책에 촉매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 일본이 공동 제출한 만큼 이 분야의 환경 협력도 기대된다.

경상대 최진룡(농학과) 교수는 “정부가 논의 지속 가능한 관리를 위해 환경농법의 개발과 보급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논에 퇴비를 넣지 않고 논을 갈지 않는 친환경 농법 보급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김상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