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단 ‘FA 몸값 거품 걷어내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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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프로야구 스토브리그의 ‘꽃’ 자유계약선수(FA) 시장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구단들이 “FA의 몸값 ‘거품’을 걷어내겠다”고 입에 ‘거품’을 물고 있기 때문이다.

구단 단장들은 3월 정규시즌 직전 “FA 계약과 관련해 ‘야구 규약’을 준수하겠다”고 뜻을 모았다. 규약에는 ‘팀을 옮긴 FA와는 전년도 연봉에서 50% 이상 인상한 금액으로 계약할 수 없으며, 계약금은 지급하지 않는다’(제164조 선수 계약의 조건)고 돼 있다.

또 다년이 아닌 1년 계약이 원칙이다. 구단 사장들로 구성된 한국야구위원회(KBO) 이사회는 아예 ‘규약을 위반한 FA는 무효이며, 위반 구단은 5000만원의 제재금을 부과한다. 또 구단 임직원과 해당 선수에게는 각각 만 2년간 직무정지와 임의 탈퇴 선수 신분의 제재가 주어진다’(제170조 FA 계약 위반 처분)고 못박았다.

계약금 지급 금지 조항 등은 FA제도가 시행된 1999년부터 있었으나 구단들은 공공연히 계약금을 주고 다년 계약을 했다. 심정수는 2004년 말 현대에서 삼성으로 옮기며 4년간 최대 60억원의 ‘대박’을 터뜨렸고, 지난해에도 SK 이호준과 LG 조인성이 각각 4년간 최대 34억원에 계약했다. 9년간 총액 기준으로 20억원이 넘는 몸값의 선수가 15명이나 나왔다.

한 구단 관계자는 “매년 FA 계약 금액을 줄이자는 얘기가 나왔지만 잘 지켜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모든 팀의 의견이 모아졌다”고 전했다. 5일 공시되는 FA에는 SK 이진영을 비롯해 두산 이혜천, 롯데 손민한 등 대어급이 많이 포함됐다. 이들은 19일까지 원 소속팀과, 20일부터는 해외 구단을 포함한 타 팀과 각각 협상하게 된다. ‘거품’이 사라질지, 여전할지는 FA 행방이 결정되는 다음 달 초순께 드러난다.

신화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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