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의 책사랑] 책 좋아하는 개그맨 김제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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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의 말인지는 기억이 안나지만 ‘사람이 만든 책보다 책이 만든 사람이 많습니다’라는 문구를 가끔 떠올립니다. ‘책은 삶의 여행에서 종착지까지 가지고 가야 할 중요한 지도’라는 말도 가슴에 새겨 두고 있습니다.” ‘인간적 예의를 갖춘’개그맨 김제동(30·사진)씨는 12일 이렇게 말했다. 그가 방송에서 한 말을 모은, 인터넷 등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이른바 ‘김제동 어록’에 이 말을 추가해야 할 듯싶다.

김씨는 책을 좋아하는 연예인으로 유명하다. MBC 라디오 방송 ‘이소라의 음악도시’에 고정 출연하고 있는 그는 청취자의 고민 상담을 하는 ‘와그라노’ 코너에서 늘 책 구절을 인용 한다. “네, 그건 해결책이 없네요”하고 특유의 썰렁함을 보일 때도 있지만.

그는 “방송에서 책 얘기를 많이 하고 평소 책을 잘 들고 다녀서 나온 말 같은데, 제가 독서광이라는 소문은 잘못된 거다. 책 보는 걸 좋아하지만 많이 읽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엔 방송일이 많아져서 책 볼 시간이 더욱 없어 한달에 서너권 읽기도 힘겹다. 그래도 귀가해 잠자리에 들기 전에 꼭 책을 붙들고, 가끔 서점에 들러 열권 정도 책을 산다”고 했다.

“팬클럽 회원들에게 비싼 선물 하지 말고 꼭 뭔가를 주고 싶다면 책을 보내달라고 했더니 몇달 사이에 수십권의 책이 쌓였습니다. 책에 열심히 메모를 하며 읽고 있습니다.” 그의 책 이야기는 계속됐다. “눈이 좋은 편이 아니어서 컴퓨터 모니터보다는 책이 편하고, 책을 절반 이상 읽었을 때 왼손에 잡히는 묵직한 느낌이 좋습니다.”

그는 작가 이외수의 에세이집 『내가 너를 향해 흔들리는 순간』(해냄)이 최근에 읽은 책 가운데 가장 인상적이었고, 가슴에 가장 깊이 남아있는 책은 어렸을 때 읽었던 위인전들이라고 말했다.
“책을 읽으며 그때 그때 느끼는 감정들을 페이지마다 적어놓는다”는 김씨는 “이 다음에 기회가 생기면 꼭 한번 책을 써보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지만 우선은 다른 분들이 책 낼 때 슬쩍 묻어서 글을 좀 써보고 싶다”고 희망을 밝혔다.

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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