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3社 가요차트 인기따로 순위따로-방송개발원 보고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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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왜 국내에는 빌보드 차트와 같이 권위있는 대중가요 순위가 없을까.각 방송사가 매주 발표하는 국내 가요의 인기순위는 과연 믿을만한 것인가.
.가요 톱 10'(KBS).인기가요 베스트50'(MBC).생방송 TV가요 20'(SBS)등 방송3사가 경쟁적으로 편성하고있는 가요순위 프로그램을 보는 시청자들은 누구나 이런 의문을 품었을 것이다.시중의 레코드 판매순위나 체감 인기 도와 다르게순위가 집계되는 경우가 더러 있기 때문이다.심한 경우 방송3사의 1위곡이 제각각인 때도 있다.
최근 한국방송개발원은 가요 순위 프로의 허와 실을 실증적 방법으로 정밀분석한 연구보고서를 펴냈다.결론부터 말하자면 현재 각 방송사들의 순위결정이 10대 청소년층의 감각적 취향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어 공정성과 민주성에 근본적인 한 계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방송개발원의 연구진(책임연구원 전찬일 박사)은 지난 8월부터10월까지의 각 순위프로들을 모니터하고 시청자들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이에 따르면 각 프로그램의 순위가 방송사별로 들쭉날쭉한 것으로 드러났다.예를 들어 터보의.러브 이즈'는 10월 첫째주 MBC에서 4위에 올랐으나 타 방송사에서는 20위권에도 들지 못하는 식이다.이는 순위결정방식 자체가 합리적이지 못한데 따른 결과다.KBS의 경우 자체 투표인단 6천명과 가요담당 PD 15명으로 구성된 선정위 원의 투표결과를 8대2의 비율로 반영한다.MBC는 방송 수(25%)와 전화.PC통신.전국투표의 합산(75%)을,SBS는 여론조사기관의 1차사전조사와PC통신 투표결과를 기준으로 순위를 선정한다.
이같은 선정방식은 제작진의 주관적 의견이 작용해 이른바 방송사의 특정가수.밀어주기'로 작용할 소지와 함께 TV방송에 출연하지 않는 가수는 결정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또 PC통신을 통한 투표방식도 폭넓은 계 층의 고른 접근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지적됐다.가장 큰 문제점은 일반인들이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인기 지표인 음반판매량을 순위 산정에 반영하는 방송사는 한곳도 없다는 점.반면 10~20대 1백44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결과“인기순위 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요인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46%가 음반판매량을 꼽아 투표(29%),방송 수(6%)등 여타 요인을 압도했다.
이같은 결과,가요순위와 일반인들이 체감하는 인기도는 상당한 격차를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가령 김민종의.귀천도애'가 3개 방송사에서 나란히 1위를 차지한 10월초의 설문조사에서“현재 가장 인기있는 곡”을 묻는 설문에.귀천도 애'를 꼽은응답자는 24.3%에 그쳤다.
한편 프로그램의 완성도를 묻는 질문에서는 출연자들의 립싱크에대해서는 33%가“적합하지 않다”,32%가“매우 적합하지 않다”고 대답했다.또 49%의 응답자가“선정적이다”(41%),또는“매우 선정적이다”(8%)고 대답했다.
〈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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