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군최고심복은 망명 현성일씨 숙부 '현철해 大將'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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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올해 김정일(金正日)의 공식활동 횟수는 모두 44회.그중 17차례의 군부대 방문을 포함해 군관련 행사는 27회나 된다.
이는 지난해 군관련 행사참석 횟수 13회의 두배가 넘는 것으로 군에 대한 김정일의 각별한 관심을 반영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 24일 판문점 시찰과 1일 최전방 전차부대인 105탱크사단 방문은 관심을 끌고 있다.판문점도 그렇지만 6.25 당시 서울에 가장 먼저 입성(入城)했던 105사단 방문은 상징적 의미를 띤다는게 북한 관측통들의 지적이다.
아무튼 권력승계의 과도기에서 군부 위상은 강화될 수밖에 없고김정일의 군관련 활동은 북한 권력의 풍향을 읽는 좋은 참고가 될 수 있다.측근 군부인사들의 면면이나 움직임을 통해 북한 권력 내부를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김정일 공식일정에 수행한 군부인사 전원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가장 두각을 나타낸 인물은 현철해(玄哲海)대장으로 나타났다.그는 무려 20차례나 김정일의 .교시'를 녹취하는 녹음기를 들고 그림자처럼 따랐다.
물론 그는 올초 군수(軍需)를 담당하는 후방총국장에서 군총정치국 조직담당 부국장이라는 중책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러나 조카 현성일(전 잠비아주재 3등서기관)씨 부부가 1월한국으로 망명했고 비슷한 시기 친형 현철규(玄哲奎)가 함남도당책(도지사)에서 해임돼 행적이 확인되지 않고 있는 점에 비춰 이례적이다.
이와함께 총정치국 부국장인 상장 박재경과 포병사령관 대장 김하규(金夏奎)도 각각 18회와 15회 수행해 눈길을 끌었다.지난해 10월 군인사에서 발탁된 군총정치국장 조명록(趙明祿)차수와 총참모장 김영춘(金英春)차수도 10여차례 김정 일을 수행,확고부동한.김정일 사람'임을 과시했다.
그러나 원수(元帥)인 인민무력부장 최광(崔光)과 호위사령관 이을설(李乙雪)은 서너차례의 내부접견에 그쳐 군 원로의 상징적역할만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인민무력부 제1부부장 김광진(金光鎭)차수는 외부활동은 단 한차례였지만 북한 군부의 안살림꾼으로 자리하고 있다.
전반기에 10여차례 수행한 대장 이하일(李夏一)과 김명국은 6월초 군부대 방문을 끝으로 얼굴을 보이지 않았고 지난해 활발했던 대장 이봉원(李奉遠)도 완전히 사라져 신상에 변동이 있는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베일에 싸여있던 호위총국장 장성우(張成宇)대장은 지난10월20일 서해안 부대방문에 얼굴을 드러낸데 이어 그의 친동생이자 김정일의 매제인 장성택(張成澤)노동당 제1부부장도 같은달 28일 월비산발전소 시찰에 모습을 나타내 화 제를 모았다.
특히 올들어 김정일이 최전방 부대를 잇따라 방문하면서 대동한.최고사령부 작전조 지휘성원'도 그 구체적 신상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처음 그 존재가 북한 언론에 거명,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이들은 최고사령관 김정일의 군사부문 통치활동을 보 좌하는.얼굴없는 실세'들로 분류될 수 있다.
한편 많은 북한문제 전문가들은 군부에 치중된 김정일의 통치활동에 주목하면서도 이를 지나치게 확대 해석해.권력 이상설'의 근거로 삼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한다.“군부의 역할이 두드러진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김정일이 군부에 의해 이 끌려다닌다'든가 군부를 체제저항 세력으로 지목하는등의 억측은 북한체제에 대한 잘못된 이해”라는 것이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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