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직무복귀] 선고 이모저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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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노무현에 대한 탄핵심판 청구를 기각한다."

14일 오전 10시28분. 탄핵사건 결정문 요지를 읽어가던 윤영철(尹永哲)헌법재판소장의 입에서 마침내 주문(최종 결론)이 흘러나왔다. 63일간 계속된 탄핵 정국에 종지부가 찍히는 순간이었다. 소추위원석 맨 앞자리에 앉았던 김기춘 국회 법사위원장과 한병채 변호사의 얼굴이 잠시 굳어졌다. 맞은편 변호인단석에 있던 하경철.한승헌 변호사 등은 안도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역사적인 탄핵심판 사건 선고 재판은 예정보다 3분 늦은 10시3분에 시작됐다. "일어서십시오." 우렁찬 법정 경위의 목소리가 침묵이 깔린 법정을 울림과 동시에 붉은 법복 차림의 재판관 9명이 들어섰다. 尹소장은 재판관 자리 한가운데 마련된 지정석에 앉자마자 돋보기를 낀 뒤 곧바로 결정문을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다.

판단이 내려진 첫번째 소추 사유는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특정 정당을 지지한 행위가 공선법 위반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尹소장이 먼저 "대통령도 선거에서 중립의무를 지는 공직자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변호인단의 하경철 변호사가 고개를 떨어뜨리고 좌우로 머리를 흔들었다. 이어 尹소장이 "대통령이 선거 중립의무를 위반했다"는 결론을 밝히자 변호인단의 표정은 더 어두워졌다.

이후 탄핵소추 사유 각각에 대한 판단이 내려질 때마다 소추위원 측과 변호인단의 표정에는 희비가 엇갈렸다.

"대통령의 기자회견 발언과 선관위의 선거법 위반 결정에 대한 행위는 법률과 헌법을 위반했다." 재판 시작 20분 만에 소결론이 내려질 즈음 심각한 표정으로 앉아있던 周재판관은 목이 타는 듯 물을 마셨다.

尹소장이 마지막으로 읽은 것은 대통령을 파면할 것인지의 여부.

"파면을 정당화할 사유가 없다"가 결론이었다. 尹소장은 소수의견을 밝히지 않는 이유를 덧붙여 설명한 뒤 다른 8명의 재판관과 함께 뒤편 문으로 총총히 사라졌다. 재판 시작 30분 만이었다. 변호인단 변호사들은 웃으며 서로 악수를 했고, 소추위원 측은 말없이 반대편 문으로 빠져나갔다.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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