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직무복귀] "국론 분열 끝내고 경제 살려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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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지하철 3호선 안에서 승객들이 헌법재판소의 노무현 대통령 탄핵 선고공판 중계방송을 관심있게 보고 있다. [강정현 기자]

14일 오전 TV를 지켜본 국민들은 헌재가 조속한 결정으로 탄핵정국을 매듭지은 데 대해 안도하는 분위기였다. 또 앞으로는 국민통합.경제회생에 힘써 줄 것을 주문했다. 이날 전국의 기차역과 고속터미널, 상가와 가정 등에서는 사람들이 TV 앞에 모여 반복 방영되는 헌재의 발표 내용을 지켜봤다.

○…일반 시민은 세대에 따라 입장이 조금씩 달랐다.

서울대 경제학과 4학년 김자용(27)씨는 "기각이 옳은 결정"이라며 "탄핵을 발의.소추하고 재판에 이르게 한 과정에 대해 책임지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고 책임론을 제기했다.

반면 김우규(63)씨는 "나라가 걱정된다. 대통령이 법을 어겼으니 당연히 벌을 받아야 하는 것 아닌가"라면서도 "어쨌든 결정은 됐으니 수용하지만 대통령이 사과해야 새롭게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상인들은 무엇보다 경제회생에 힘을 모아주기를 바랐다.

수원시 영동시장 상인 성백경(38)씨는 "제발 정쟁은 그만 하고 경제 좀 챙겼으면 좋겠다"면서 "10년 넘게 이곳에서 장사를 했지만 요즘처럼 힘든 적이 없었다. 서민들의 고통과 어려움에 귀를 좀 기울였으면 한다"고 말했다.

대구 상공회의소 이희태 상근부회장은 "경제와 사회의 안정을 위해 기각 결정을 환영한다"면서 "앞으로 정부는 일관성 있는 경제정책으로 기업의 투자를 활성화하고 극심한 내수 부진을 타개해 주기 바란다"고 희망했다.

○…시민단체들은 탄핵 지지.반대 입장과 상관없이 헌재의 결정을 수용한다고 일제히 밝혔다. 탄핵 무효.부패정치 청산 범국민행동은 "탄핵이 법률적으로도 부당한 것이었음이 다시 확인됐다"면서 "탄핵을 감행한 세력들은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자유시민연대 김구부 사무총장은 "법리가 아니라 정치논리로 재판한 듯해 유감"이라면서도 "헌재의 결정에 승복한다. 앞으로 대통령답게 국정에 임해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경실련 서경석 상임집행위원장은 "국민들이 기대했던 결정이 나와 환영한다"면서 대통령은 복귀하면서 국민 앞에 사과하고 다 같이 국민 화합의 전기를 만들어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학계는 헌재가 지적한 부분을 겸허히 수용할 것을 충고했다.

연세대 양승함 교수는 "기각했다고 해서 모든 것에 면죄부를 준 것은 아니다. 선거법 위반 사례를 구체적으로 지적한 것은 대통령도 법률을 지켜야 한다고 경고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명지대 허영 초빙교수는 "노무현 대통령이 승리했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면서 "대통령이 헌법 준수 의무를 성실히 지키지 않은 것이 사실이고 헌재가 제대로 판단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전국 종합]
사진=강정현 기자 <cogit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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