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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노트] 인순이 회견에 할 말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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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가수 인순이가 3일 오후 세종문화회관 내 세종홀에서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대관 신청 탈락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했다. [연합뉴스]

인순이는 두 말이 필요 없는 대형 가수다. 폭발적인 가창력과 열정적인 무대 매너로 세대를 뛰어넘어 사랑받는다. 노래방 클라이맥스라면 거의 어김없이 등장하는 ‘밤이면 밤마다’를 비롯해 ‘친구여’ ‘거위의 꿈’ 등 ‘국민가요’급 히트곡도 냈다. 특히 그녀의 굴곡 많은 개인사는 대중의 심금을 울렸다. 직접 연관은 없지만 ‘인순이는 예쁘다’라는 제목의 TV드라마가 있을 정도로, ‘인순이’란 이름은 보통 사람의 상징어가 됐다.

그런 인순이가 3일 오후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예술의전당(이하 전당) 오페라극장 대관 신청에서 두 차례 탈락한 데 대한 항의의 자리였다. 사유는 ‘일정 경합’이지만 대중가수란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인순이는 “전당 앞을 지날 때마다 음향시설 좋고 짜임새 있는 오페라극장에 서고 싶었다. 카네기홀도 서봤고 세종문화회관도 서봤는데 전당까지 서면 얼마나 멋있겠나”라고 말했다. 이 자리에는 내년 5월 세종문화회관 공연을 신청했다가 탈락한 송대관 등도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인순이의 꿈과 희망을 꺾지 않게 하기 위한 자리다. 보수적인 권위 의식을 타파하고 대중가수의 권익을 보호하자는 취지”라고 입을 모았다.

그간 전당이 대중가수에게 높은 벽을 고수해 온 것은 사실이다. 그동안 정식 공연을 한 이는 1999년 조용필이 유일하다. 당시 큰 사회적 이슈가 됐던 조용필 공연은 전당 측의 삼고초려 끝에 이뤄졌다. 패티김·조영남·이문세 등 4명은 야외 대관이나 기획공연이었다. 세종문화회관은 상대적으로 문턱이 낮아 86년 패티김을 필두로 조용필·인순이 등 숱한 가수들이 무대에 올랐다.

전당 측은 인순이의 주장에 대해 “조용필 공연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 지금은 오히려 대중가수들의 설 곳은 많고, 클래식은 설 곳이 없다. 클래식을 보호하자는 사회적 합의 아래 출발한, 전당의 초심이 중요하다. 공연장마다 차별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전당의 또 다른 관계자는 “인순이씨의 공연은 어차피 외부 음향장비를 쓰는 것으로, 홀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공연이 아니다”고도 했다.

물론 인순이의 개인적 바람은 충분히 이해된다. 가수로서 당연한 욕심이다. 그러나 회견 말미 “어쿠스틱으로 한다든가 뮤지컬로 하라든가 다 할 수 있다. 1년 중 아무 날이나 달라고 했는데 떨어진 경험도 있다”고까지 토로한 부분은 흘려 듣기에 아쉬움이 있다.

사실 대중음악과 클래식을 확연히 편가르고 클래식만 우월시하는 태도는 이미 시대착오적이다. 클래식 공연장이니 대중가수란 어림없다는 자세 또한 난센스다. 그러나 마찬가지로 대중음악이 그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 반드시 클래식 공연장으로 들어가야 하는 것도 아니다. 비틀스가 뉴욕 메트에 서지 않았다고 해서, 비틀스가 위대하지 않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

오히려 대중음악이라면 길거리든, 작은 클럽이든, 어디든 오히려 대중의 일상과 공명하는 그곳이 웅장한 클래식 공연장 못지않게 진정한 제자리가 아닐까.

인순이 같은 수퍼스타가 ‘전당 입성’을 필생의 꿈처럼 꼽는 게, 도리어 대중음악인의 자존심을 해치는 일은 아닌지 모르겠다. 자칫 특정 클래식 무대에 섰느냐가 대중음악을 평가하는 기준처럼 비친다면 그 또한 아이러니다.

문득 인순이가 한 TV프로에 나와 환아들을 위로하며 ‘거위의 꿈’을 부르던 장면이 떠오른다. 평범하고 낮은 무대였지만, 그때 인순이는 이미 충분히 예뻤다. 

양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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