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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대兵營>1."애인 보고싶어 잠깐 脫營 좀 했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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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거꾸로 매달려도 국방부 시계는 돌아간다.” 군에 다녀온 사람치고 이 말을 수십차례 해보지 않은 이는 없을 것이다.고통스럽고 지루한 병영생활을 자위하는 가장 요긴한 수단이기도 했기 때문이다.사실 .하라면 했던' 세대들에게는 달리 이렇다할 돌파구도 없었다.그러나 소위 X세대로 불리는 요즘 젊은이들은 의식구조.행동양식등이 근본적으로 다르다.때로는 제멋대로이고,자기중심적 행동을 서슴지 않는게 그들이기도 하다.하지만 이들은 오늘우리 군의 기초며,국방의 전위다.이들의 병영생활을 통해 또다른젊은이들의 생각과 생활, 그리고 안보의 다른 구석등을 점검해 본다. [편집자註] ※.자신밖에 모르는 욕망덩어리' .사회 버릇 군에서도 계속하려는 고집쟁이' .내가 최고,그러나 인내력은약하고' .덩치만 컸지 체력은 약한 마마보이' 군당국이 파악하고 있는 신세대 사병들의 특성이다.
비단 외아들이 아니라도 대개가 응석받이 귀한 아들로서.떠받쳐'자라난 이들은 씀씀이도 다르다.부모가 보내준 현금카드로 돈 아쉬운줄 모르고,사회의 친구들과는 삐삐.공중전화등을 통해 언제고 연락을 취하며 소외감을 달랜다.개중에는 사회에 서.즐긴'대마초.부탄가스 흡입 버릇을 주체하지 못해 소동을 일으키기도 한다.군의 고민거리는 이같이 나약하고 자신만 아는듯이 보이는 신세대 사병들을 명령과 규율에 복종하는 강인한 군인으로 만드는 일이다.방법은.당근'과.채찍'.
최근 들어서는 구타와 기합이 없어져 체력단련 위주의 얼차려로군기(軍紀)를 세우고 있다.6주간 계속되는 훈련기간중 규칙을 위반할 경우 벌점을 부과하는데 ▶매일 벌점 5점이상이면 일과후1시간씩 얼차려▶매주 누계 15점이상이면 남들 쉬는 일요일에 4시간동안 얼차려▶6주간 교육중 벌점 61점이상이면 유급시켜 1주간 추가교육을 받도록 하고 있다.얼차려는 쪼그려 뛰기,팔굽혀 펴기,완전군장(軍裝)으로 연병장 돌기등.장교나 통제조교의 허락 아래 일선조교가 실시한다.
벌점을 받은 훈련병들은 공개된 장소에서 얼차려를 받기 때문에.내가 최고'라는 신세대들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는게 당연하다.
그러나 이를 만회하기 위해 분발하는 것도 그들만의 장점이라는 얘기다.훈련소측은 구타를 방지하기 위해 훈련병에게 마음의 편지(소원수리서)를 쓰게 한다.때문에 구타사건이 일어나면 반드시 발각되고 구타한 조교나 선배 훈련병은 처벌받는다.이같은 벌점을주는 대신 상점을 받은 상위 10%와 사격우수자에게는 교육 수료식과 함께 면회온 부모.친지와 4 박5일의 휴가를 가는 특전도 주어진다.훈련병들이 일단 신병교육대에 입소하면 6주동안은 전화.면회.TV시청등이 일체 단절되며 외박은 물론 먹고 싶은 과자도 살 수 없도록 철저히 통제된다.인내력과 규율에 대한 훈련과정이다.
훈련병들이 말하는 가장 힘든 코스는 행군과 가스실.행군은 K-2소총과 배낭등 25㎏의 완전군장 차림으로 40㎞를 걷는 인내력 강화훈련이다.또 가스실 입실은 화생방훈련의 일종으로 가스실에서 눈물.콧물로 범벅이 되는 최루가스를 마시는 훈련.신병교육대는 훈련병의 체력과 지구력 향상을 위해 첫주에는 2㎞ 구보,2주째는 3㎞,5주째는 5㎞를 완주케 하고 있다.
===또 훈련전에 VCR로 훈련내용과 훈련방법등을 미리 알려줘 지레 겁먹지 않도록 배려한다.훈련병들도 충분한 설명이 있은뒤에는 잘 따른다는 것이다.
===이렇게 군 훈련소에서 6주간 신병교육을 받아 이병 계급장을 달아도 여전히 햇병아리.훈련만 받았지 군이 무엇인지도 잘모르는데다 사회에서 마음대로 생활하던 습성이 아직 가시지 않은상태다. 32사단 정훈참모 정영주(鄭永柱.3사 14기)중령은 얼마전 전입온지 얼마 되지 않은 사병이 별다른 이유도 없이 갑자기 탈영했다 몇시간뒤에 돌아왔는데“애인이 보고 싶어서”라고 사유를 설명하더라며 어이없어 했다.
이들의 다른 특성은 잘도 따지는 것.부대 막사를 즉시 고치라고 지시하면 수리에 필요한 자재와 싣고 갈 트럭을 확보해 달라고 요구하기 일쑤다.작업시간도 더 걸린다.
===그래서 육.해.공군은 이같이 신세대 사병들이 이기적이고나약한 반면 솔직.담백하고 임무가 주어지면 모험적으로 응하는 특성을 살리는데 주력하고 있다.쓸데없는 간섭을 배제하고 자율성과 임무 중심으로 병영환경을 바꾸는 것도 그런 일환이 다.
===훈련을 마친 이병들은 배치전 3~4일동안 머무르는 보충대에서 부대에 대한 소문을 듣곤 지레 겁먹은채 배치된다.
그러나 막상 부대에 들어서면 딴판.대대급 부대나 함정들은 각기 신병 길들이기 1백일 작전계획을 가동하고 있다.신병이 처음전입하면 선임병이 전화기 앞으로 데려가 직접 가족과 통화를 시켜주는 것으로 시작한다.
===또 부대장이 부대현황에 대해 설명해주고 앞으로 부대생활에서 어려운 점을 상의할 수 있도록 후견인으로 선임병을 지정한다.이후 1백일동안은 부대장이 이병을 직접 관리하며 1주일마다.마음의 편지'도 받는다.전입 1백일째는 백일기념식과 함께 4박5일의 외박도 주어진다.사단 기동대대에 복무하는 박병구(朴炳九.20)상병은“처음 배치받으면 선임병이 괴롭혀 힘들 것이라고생각했으나 막상 배치받고 보니 별문제가 없었다”고 1년전 이병시절을 떠올렸다.
===전진부대의 전방대대장 권영주(權英周.3사 15기)중령은“임무수행이나 근무시간을 제외한 자유시간에는 사병들끼리 서로 평등한 관계로 가족처럼 지내도록 하고 있다”면서“그러나 후임병이 선임병에게 대들거나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을 경우에는철저히 벌점을 부과하거나 군기교육대로 보낸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여름 수해(水害)때 열외하기 좋아하는 신세대사병 8명을 군기교육대로 보내 버릇을 단단히 고쳐놓았다고 했다. === <김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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