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사고당할까 두려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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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감격 자제하고 조심하는 흑인 사회=오바마가 막판까지 우세를 유지해 나가자 흑인 사회는 첫 흑인 대통령 탄생을 조심스럽게 기대하고 있다. AP통신은 조기 투표에서 오바마를 찍으며 눈물을 흘렸다는 흑인들을 다수 인터뷰해 2일 보도했다. 흑백 분리 정책에 항의하다가 감옥에도 갔다 왔다는 룰라 쿠퍼(75)는 “그가 대통령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지만 그간의 경험에 비춰보면 간발의 차이로 안 될 수도 있다는 걱정이 든다”고 말했다. 테네시주에 사는 폴 더는 “오바마가 당선되지 않으면 흑인 사회의 좌절이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토크쇼 진행자인 테이비스 스마일리는 흑인은 “당선되고 나서도 문제”라며 “오바마가 흑인을 위한 정책을 도입하면 역 인종 차별 논란이 일 것”이라고 걱정했다. 뉴욕 타임스는 “이미 투표를 마친 흑인들 중 상당수는 처음으로 유권자 등록을 한 사람들”이라며 “자신들의 투표가 정치 변화를 이끌 거라는 기대가 많다”고 전했다. 조지아주 흑인 유권자는 2004년 대선에선 전체 중 25%였지만 이번 대선에선 35%로 늘어났다. CNN은 흑인 사회가 오바마 승리를 낙관하면서도 마틴 루서 킹이나 맬컴 엑스 같은 과거 흑인 지도자들처럼 불의의 사고를 당할까 두려워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버락 오바마右가 1일 (현지시간) 콜로라도주 푸에블로의 공항에 도착한 뒤 둘째 딸 샤샤를 안고 부인 미셸 오바마, 큰딸 말리아(左)와 걸어 나오고 있다. [푸에블로 AFP=연합뉴스]


◆오바마 고모는 불법 체류자=오바마의 케냐인 고모 제이투니 오냥고(56)가 미국에 불법 체류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AP통신은 1일 “오냥고가 보스턴의 한 공공 주택 단지에 살고 있다”고 보도했다. 오냥고는 4년 전 미 법원에 난민신청을 했으나 법원은 기각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그러면서 “미 행정부에선 불법 체류자를 대선 전에 추방할 땐 이민단속국(ICE) 지역 책임자의 승인을 받으라는 이례적인 지시가 내려졌다. 이는 대선을 앞두고 드러난 오냥고 문제가 정치적으로 민감하다는 걸 뜻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영국 일간 더 타임스는 “오냥고가 오바마 측에 265달러를 기부했다”고 전했다.

오바마 캠프 빌 버튼 대변인은“오摸떪?고모의 불법 체류 사실을 알지 못한다”고 했다. 다른 대변인은 “오냥고가 기부한 돈을 돌려줬다”고 발표했다. 미국 선거법상 외국인은 기부금을 낼 수 없다. 오바마의 핵심 참모 데이비드 액슬로드는 “오바마가 4년 동안 고모를 만나지 않았다”며 “지금 시점에 왜 이런 문제가 제기되는 지 의문”이라며 보도 배경에 대해 의구심을 나타냈다. 미 국토안보부는 “누가 고의로 언론에 정보를 유출했는지 조사해 달라”는 민주당의 요구에 내부적으로 조사를 시작했다고 이날 워싱턴 포스트 인터넷판이 보도했다.

◆매케인 코미디 프로에 출연=매케인은 1일 방송된 NBC 방송의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에 출연해 “지난 수요일 오바마는 3대 메이저 TV 방송국에 정치 광고를 방송했다”며 “하지만 우리는 QVC(홈쇼핑 채널)에 광고할 돈밖에 없다”고 조크했다. 그는 또 “난 진정한 이단아”라며 “돈 없는 공화당원”이라고 말해 좌중을 웃겼다.

세라 페일린 공화당 부통령 후보는 가짜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에게 속아 넘어갔다. 캐나다 라디오 방송국의 한 코미디 프로그램의 코미디언이 사르코지를 가장해 페일린에게 전화를 했는데, 페일린은 그를 진짜로 알고 6분 동안 통화한 것이다. 통화에서 가짜 사르코지가 페일린에게 “언젠가 훌륭한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하자, 페일린은 웃으며 “아마 8년 후에 그럴 수도 있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코미디언은 과장된 프랑스 악센트가 섞인 영어를 써가며, 장난 전화라는 힌트를 여러 차례 던졌으나 페일린은 알아차리지 못했다. 코미디언이 사냥을 좋아한다며 딕 체니 부통령과 사냥하면 위험하다고 말하자 페일린은 “난 조심해서 총을 쏘겠다”고 답했다.

◆머독, 오바마 당선되면 금융위기 심화 주장=호주의 언론 재벌 루퍼트 머독은 1일 발간된 자신 소유의 ‘더 위켄드 오스트레일리안’과의 인터뷰에서 버락 오바마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당선되면 금융위기가 더 악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민주당이 보호무역주의를 고수해 왔으며 오바마 후보가 당선돼 이런 주장을 따르려 한다면 세계화의 진정한 후퇴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오바마의 세금 정책과 관련해서도 “미국의 인구 가운데 40%가 세금을 내지 않는데, 오바마가 어떻게 그들의 세금을 감면해줄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그는 현재의 금융위기에서 “정치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매우 제한돼 있고 그들은 위기를 더욱 심화시킬 뿐 멈추게 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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