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세대.쉰세대.낀세대까지 같은 사무실 생각은 딴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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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임원실에 들어가 야근지시를 받고나온 부장이 부원들에게“저녁때남아”라고 말한다.
입사 2년차 신세대 사원이 얼굴을 찡그리며 부장에게 대뜸“왜요.저 약속 있는데요”라고 되묻는다.
쉰세대 부장은 속으로.어떻게 저런 말이 불쑥 나오나'며 못마땅해 한다.
부장이하 전 부원들이 일과를 끝내고 맥주 한잔하러 가는 길.
회사에서 나왔으나 마땅히 정한 곳이 없어 머뭇거리는데 쉰세대부장 왈.“아무데나 가까운데 가지.” 그러자 20대의 신세대 여성직원은 입을 삐쭉거리면서.기왕이면 분위기 좋은데 가지.아무데나가 술집이름인가'고 뾰로통한다.
눈에 안보이는 신세대와 쉰세대간의 갈등.
신세대는 옛날만을 생각하는 상사인 쉰세대에 대해,쉰세대는 자기만을 생각하는 신세대에 대해 서로 불만이다.그 간격을 좁혀야하는데 방법을 찾기가 쉽지 않다.
15년간 신입사원 교육을 담당한 쌍용그룹 종합조정실 이의용(李義容)부장은“신세대와 쉰세대간의 세대차이를 줄이지 못하면 생산성 저하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말한다.요즘은 신세대와 쉰세대 사이에.낀세대'가 나타나 직장내 문제를 복잡하 게 만들고 있다. .낀세대'는 20대 신세대,40대 중반~50대 쉰세대들의 중간 연령대인 30대 직장인을 일컫는다.
30대 중반부터 40대 초반에 이르는 이들 과.차장급 직장인들은 신세대.쉰세대의 특성을 골고루 갖는 특이한 세대다.
한때.기업의 꽃'이라고까지 불리며 신세대와 쉰세대간의 허리역할을 맡았다.
하지만 최근 경영혁신 차원에서 추진되는 조직 슬림화의 집중 타깃이 되면서.내 코가 석자'처럼 아래위를 돌아볼 여유가 없어졌다. 자연 이들에게 부과된 세대간의 절충역도 제대로 수행될리없다. 어떻게 하면 이 간격을 메울 수 있나.먼저 상급자는 끊임없이 신세대를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기성세대이자 상급자로서 조직을 통솔하고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책임감이 있기 때문이다.
낀세대라고 뒷짐 쥐고 방관만 하다간 정작 쉰세대가 되었을때 문제해결 능력을 갖추지 못한다.
李부장은 쉰세대의 신세대 접근법을 다음과 같이 말한다.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얘기를 하지 마라=“옛날에는…”“내가 너희들만 했을 때는…”등의 투는 신세대를 자극할뿐.그런말은 즉각“에이,또 그 얘기”라는 반응을 수반한다.그런 쉰세대들의.버릇'은 신세대들이.쉰세대'라고 비아냥거■ 는 이유가 된다. ▶신세대에 아부하지 마라=머리에 무스를 바르고 신세대 가수의 노래를 부른다고 신세대가 되지 않는다.신세대에게는 아부로비쳐진다.어색한 모방은.주책부린다'는 반응을 낳는다.
▶개인시간을 보호해주라=그들은 시간을 중시한다.짜여진 계획표가 지장받는걸 싫어한다.업무는 근무시간에 끝내고 야근은 피하는게 좋다.퇴근시간이 다돼“내일 아침까지 해놔”라고 지시하는 것은 둘 사이의 간격만 넓힌다.
▶성차별을 하지 마라=신세대는 남녀구분없이 학교를 다니고 맞벌이도 적지 않다.때문에 남자도 성차별에 대해 거부감을 갖는다.여직원이 없는 자리라고“여자가 말이야…”는 식으로 말하지 않도록 한다.
▶나이.직급.직위로 억누르지 마라=아무리 흥분해도“당신 몇살이야…”“감히 부장한테…”등의 말은 하지 마라.서열을 이용한 지휘는 차분한 이해와 설득에 미치지 못한다.열심히 공부하고 전문성.지식.열정으로 리드해 신세대가 인정할 수 있 는 권위를 쌓는다. ▶술로 해결하려 들지 마라=한바탕 화를 낸 부장이 술자리를 만들어 위로하는 것은 옛날 방식.문제는 문제로 풀어야 한다.문제를 덮어둔채 술자리를 갖는 것은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 ▶꾸중은 짧게=칭찬은 공개적으로,꾸중은 개인적으로 한다.꾸중할 일 있으면 망설이지 말고 꾸중한다.단 꾸중은 짧게 하고 설교조.훈계조는 피한다.
李부장은 쌍용그룹 중앙연수원에서 임원과 부장급 쉰세대를 상대로 .신세대 연구'강의를 수년간 해왔으며 최근 강의록을 묶어.
쉰세대가 쓴 신세대 리포트'라는 책을 펴냈다.(오른쪽 표의 조사통계는.…신세대 리포트'에 실린자료) 〈박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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