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유산의 해'앞두고 동국大학술회의-이기백교수 문제제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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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내년.문화유산의 해'를 앞두고 전통문화란 과연 어떻게 개념정리를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분분하다.때마침 이런 문제를 집중 토론한 자리가 있다.
동국대 문화예술대학원(원장 홍윤식)은 29일 이 대학 90주년기념문화관 예술극장에서.전통문화의 재점검과 전망'을 주제로 학술회의를 가졌다.이 자리에서 이기백 한림대 석좌교수가.통념적인 전통문화'개념을 따끔하게 비판해 주목을 끌었다 .
이교수는 우선.전통문화'를 곧.고유문화'로 보려는 통념은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원시공동체 사회에서는 무격(巫覡)신앙이,왕권중심의 귀족국가인 삼국시대에는 불교가,사대부 세력이 등장하면서 유가의 성리학이,농민세력과 도시 시민세력이 성장하면서 동학과 기독교로 문화의 주도권이 옮겨가게 됐다는 점을 분석하면서“역사의 주인공이변함에 따라 문화도 달라지게 됐다”며 전통문화의 역사성을 강조했다.
특히“화랑도 같은 원시 미성년 집단이나 무격신앙 역시 따지고보면 세계 공통의 것”이라는 점을 들어 너무 우리 문화의 고유성에 집착하는 폐쇄적 태도를 보인 한국학이나 민속학에 대해 통렬히 비판한 그는 전통문화 발전의 가장 중요한 요 소로.창조성'을 꼽았다.나아가 이런 창조성이 외래문화에 의해 자극받은 경우가 많다며 오히려“외국문화를 과감히 수용하는 것이 전통문화 창조에 크게 공헌할 것”이라고 단정지었다.

<김창호 학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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