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금융부티크' 틈새시장 노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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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오리엔스',.프로맥스',.이강 파이낸스',.KOREM',.
페닌슐라'….
1년전부터 국내 금융가에는 이런 간판을 내건 이른바.금융 부티크'들이 하나 둘씩 들어서기 시작했다.옷가게가 아니다.컴퓨터를 활용한 첨단 금융상품을 직접 만들어내는 패기의 30~40대들로 만들어진 금융전문점을 말한다.
지난해 11월 세워진 이강 파이낸스.구성원 모두 국제영업.주식운용.시스템 설계등 증권업 각 부문에서 일류급으로 꼽혔던 인재들이다.직장의 눈칫밥을 더이상 거부하고 홀로서기로 승부를 걸자는 생각에 눈이 맞아 함께 사표를 던졌다.
매년 수십억원 이상을 회사에 벌어다 줬어도 개인 수입은 3천만~4천만원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도 부티크 설립을 서두른 이유다. 국제영업 경력 6년의 이태룡(李泰龍.34)상무는 직접 금융상품을 디자인 해 내는게 전문이다.이른바 디리버티브즈(신종금융상품).그의 최근 관심사는.주식연계채권'제작이다.
선진국 금융시장에서는 흔한 것이지만 국내시장의 재래식 금융상품들과는 차원이 다른 것들이다.
갖가지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묶음상품으로 파는가 하면,거래과정을 결과만 따로 떼어 팔기도 한다.그전에는 생각도 못했던 것들이다. 신상품의 핵심은 국내주식 시장이 완전히 개방되지 않았기때문에 생기는 외국인간 장외시장의 프리미엄.한국이동통신처럼 외국인 한도가 소진된 일부 국내 주식을 프리미엄을 주고서라도 매입하려는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이 주식을 거래해 차익을 남길 수있는.권리'만 떼어 판다.
아무나 만들수 없는 상품인 만큼 수익도 짭짤하다.거래당 10만~20만달러 정도를 남기는 경우도 적지 않다.
기업이 보유한 채권이나 부동산,각종 회원권등을 담보로.신용연계채권'을 발행해 수입을 올리는 부티크들도 있다.최근 3~4개월동안 10여개에 가까운 부티크들이 신설되는등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지만 아직 개척안된 틈새 시장이 무궁하기 때 문에“수십만달러의 연봉 생활자들이 부럽지 않다”고 말한다.
설립한지 두달도 안돼 4명의 직원이 자본금(3억원)과 맞먹는수입을 올렸다는 A부티크.성장성 있는 중소기업을 상대로 다양한재무전략을 짜준다.아직 공개되지 않은 미등록 외관 법인도 주고객이다. <박장희 기자> A부티크 관계자는 자신들의 사업 내용을 상세히 밝힐 수는 없지만▶기존대주주의 추가 출자가 어려운 상황에서 제3자의 자금을 동원,좋은 조건으로 증자하거나▶주가가떨어진 상태에서 전환사채 만기가 도래했을때 재정부담을 더는 법등을 제시 하고 수입을 올린다고 말한다.한국투자신탁 출신으로 외국계 증권사에 몸담았던 조봉연(趙奉衍.48)씨가 지난1월 설립한 오리엔스는 7월 국내 비상장 중소기업을 편입 대상으로한 역외 펀드.코리아 스페셜 오퍼튜니티'를 만들었다.아직 수익률 을 따지기는 이르지만 그동안 장내 시장이 부진을 면치 못했고 최근들어 장외시장 벤처기업 주식을 국내 증권사들이 사들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볼때 탁월한 시도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부티크를 바라보는 시각이 모두 곱기만 한 것은 아니 다.특히 재정경제원 관리들의 심사는 편치 않다.정부가 쳐놓은 각종 규제망을 기발한 방법을 동원해 빠져나가는 경우도 더러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기업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키고 시장전체의 효율을 높인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한미합동법률사무소에서 금융 분야를 담당하고 있는 허범(許汎.33) 변호사는“정부의 규제가 시장에 틈새를 남기는 순간 부티크가 들어왔다.국내 시장은 그만큼 역동적으로 바뀌었다”고 말한다.부티크들을 그 틈새로 이끄는 원동력은 물론.적지않은 수입'이다.

<박장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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