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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부담 던 한은, 추가 금리 인하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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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 인하와 통화 스와프 계약으로 한국은행이 추가로 금리를 낮출 여력이 생겼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30일 통화 스와프 계약 내용을 설명하면서 “통화정책을 길게 보고 여유 있게 운용해 나갈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달러 자금을 확보해 환율에 대한 부담을 던 만큼 시중에 충분한 자금을 공급할 기반이 마련됐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한은은 시중의 달러 부족과 국내 금융시장의 자금 경색, 급속한 경기 하강에 대처해야 하는 ‘3중고’에 시달려 왔다. 금리 인하를 통해 시중에 돈을 풀면 국내의 자금 경색을 해소하고 경기 하강을 막는 데는 도움이 된다. 그러나 원화 환율은 오를 수도 있다. 한국만 금리를 내릴 경우 한·미 간 금리 차가 좁아져 국내에 들어와 있는 외국 자본이 이탈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 FRB가 통화 스와프를 통해 달러를 공급하고,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내린 1.0%로 하면서 한은의 부담을 줄여 준 셈이 됐다. LG경제연구원 배민근 연구위원은 “이번 조치로 한은이 금리를 내렸을 때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을 줄였다”며 “가계나 기업의 이자 부담을 덜고, 경기 하강을 막기 위해 금리 인하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실제 경기 둔화 속도는 예상보다 빠르다. 3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동기 대비 3.9% 성장하는 데 그쳤다. 경제성장률이 4%에 미치지 못한 것은 2005년 이후 처음이다. 또 300조원에 달하는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가계의 이자 부담도 줄지 않고 있다.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기준이 되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는 한은이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내린 27일 큰 폭으로 떨어졌지만 그 이후 다시 오름세다.

시장에선 다음달 7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추가 금리 인하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아이투신운용 김형호 채권운용본부장은 “경기 하강 속도가 빨라 금리를 낮춰 불씨를 살려야 하는 상황”이라며 “현재 4.25%인 기준금리가 내년 초까지 3.5%까지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리를 내린다고 자금이 필요한 곳에 흘러가는 것은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한양대 경제학부 하준경 교수는 “금리를 낮춰 돈을 풀어도 제대로 돌지 않으면 물가만 자극할 수 있다”며 “금융시장에서 막힌 곳을 뚫어 주는 조치가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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