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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동포, 오바마 캠프서 훨씬 많이 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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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버락 오바마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존 매케인 공화당 대통령 후보를 앞서가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조직력이 강하다는 점이다. 접전 지역 어디든 선거 사무실이 매케인 쪽보다 많고 선거 운동원도 많다. 오바마 측은 한인 동포 등 소수계 운동원 조직도 강하다. 오바마 캠프엔 몇몇 한인이 중요한 활동을 하고 있으나 매케인 진영엔 선거에 관여하는 한인이 거의 없다.

◆오바마 진영=얼마 전 뉴저지주 엘리자베스시에서 열린 민주·공화당 대리인 토론회에 대표로 참석한 젊은 한인이 있다. ‘오바마를 위한 동부지역 아시안 연대 회장’ 라이언 김(32·한국명 김대용)씨다. 그는 토론회에서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매케인의 정책은 차이가 없다고 비판하면서 오바마의 입장을 차분하게 설명했다.


김씨는 캘리포니아 주립대(UC 버클리)와 뉴욕대(NYU) 대학원(정치학)을 졸업하고 뉴욕의 일본계 은행에서 일했다. 그는 2006년 10월 뉴저지 호보콘에서 중간선거 지원유세를 나온 오바마를 처음 만났다. 직접 대면한 자리에서 오바마의 정치 신념과 비전을 듣고 곧바로 열성 지지자가 됐다. 김씨는 ‘오바마를 위한 뉴저지’ 모임에 들어갔고, 이듬해 1월 뉴햄프셔 예비선거 땐 직장에 휴가계를 내고 현지로 달려가 선거운동을 했다. 올 6월엔 좋은 직장도 버리고 캠프로 들어갔다. 그는 “오바마와 만났을 때 운명적인 끌림 같은 걸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 오바마 뮤직비디오를 만들고 있으며 조만간 동영상 공유사이트인 유튜브에 올릴 계획이다.

라이언 김씨를 오바마 캠프로 인도한 사람은 뉴욕·뉴저지 한인유권자센터의 김동석(50) 소장이다. 그는 오바마 측에 “한인 사회와의 네트워크를 강화해야 한다”며 “라이언 김과 같은 한인들을 많이 쓰라”고 충고했다고 한다. 지난해 미국 하원이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을 채택했을 때 미주 한인의 뿔푸리 운동을 조직하는 데 앞장섰던 김 소장은 이번엔 한인 유권자 등록 운동을 적극 전개했다.

한인 변호사 엘리자베스(벳시) 김(44·여)씨는 오바마 선거운동 본부가 있는 시카고에서 활동하고 있다. 민주당 전국위원회 국장으로 아시아·태평양계의 표를 챙기는 일을 하고 있다. 애리조나대와 포모나대를 졸업한 그는 워싱턴의 아·태계 미국인 변호사협회장, ‘아시아계 미국인 행동 펀드’ 이사를 맡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해 왔다.

미국 하원이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을 채택했을 때 김 소장과 함께 일선에서 열심히 뛰었던 애나벨 박(40·여·박소현)씨는 오바마 캠프에서 인터넷 홍보 동영상 제작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일본의 만행을 알리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인터넷에 올리는 등 아이디어가 풍부한 그의 실력을 캠프에서 인정하고 있다고 한다. 박씨의 위안부 관련 다큐멘터리는 영화로도 만들어질 예정이다.

2005년 한인으론 처음 직선 시장(뉴저지주 에디슨시)이 된 준 최(34·최준희)씨는 캠프 소속은 아니지만 오바마를 적극 돕는 민주당원이다. 명문대인 MIT와 컬럼비아대를 졸업한 그가 시장 선거에 나갔을 때 오바마는 직접 지원유세를 했다. 오바마는 당시 준 최를 옆에 세워놓고 연설하면서 “우리 두 사람을 봐라. 미국의 희망이 보이지 않는가”라고 말했다. 최 시장은 그런 오바마를 민주당 경선 때부터 열심히 돕고 있다.

◆매케인 진영=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한인은 거의 없다. 오바마에 비해 조직을 소수정예로 운영하는 매케인의 성향 때문에 캠프에서 일하는 소수계의 숫자는 적다고 한다. 외곽에선 공화당에 영향력이 큰 임청근 한·미동맹협의회 회장(75), 박선근 조지아주 항만청 부이사장 등이 매케인을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버지니아주 패어팩스 카운티에선 매케인 캠프 명예위원인 진진아(여)씨의 선거운동이 화제가 됐다. 그가 길거리에서 세 딸과 함께 행인에게 음료를 제공하며 매케인을 찍어 달라고 호소하는 걸 워싱턴 포스트(WP)가 최근 사진과 함께 보도했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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