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혁명이번이기회다><좌담>4.누가 개혁을 주도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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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서울시는 버스비리가 터진후 꼭 1주일만인 지난 5일.버스운영개선대책 추진방안'을 발표했다.대책안은 문제가 된 노선관련 비리를 없애기 위해.앞으로 버스조합 노선조정위원회를 폐지하고,노선조정시안 작성때 시민단체를 포함하며,수입금.수요 등에 관해 시공무원.시민단체가 함께 현장조사를 하되 노선조정위원회에 시민단체 참여폭을 확대하는 한편 업자들은 참고인 자격으로 참석시켜노선조정의 투명성과 객관성을 높이겠다'며 업자배제와 시민단체 참여확대를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다.
버스요금에 대해서도 대책안은 ▶수입금 조사때 시민단체 참여▶원가계산 검증방법 보완(시민단체와 협의해 선정한 2개 전문기관에 시예산으로 검증 의뢰)▶시물가대책위원회에 시민단체대표 참여폭 확대▶버스요금을 당장 인하할지 여부도 시민단체 와 공동으로검토하겠다는등 시민단체 참여를 재차 강조하고 있다.
서울시는 이와 더불어 노선망의 근본적 개편을 통한 공동배차제.업체 대형화등 중장기 버스대책도 이들과 함께 검토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시민단체들은 그러나 선뜻 참여하는 분위기가 아니다.이들은 서울시가 지금까지 흔히 해왔던 것처럼 이번 버스비리도.문제를 일으킨 주체가 사람만 바꾸어 스스로 해결하는 방식'을 회의(懷疑)의 눈초리로 보고 있는 것이다.서울시는 13일공무원 22명(단장 金禹奭 서울시 교통기획관)을 주축으로.버스개선기획단'을 전격 발족시켰지만 시 민단체 모임인.서울버스개혁시민회의'는 독자적인 인사권,예산편성.집행권,운영조사권을 가진버스개혁특별위원회 설치를 요구하는등 전제조건을 내세우며 참여하지 않고 있어 아직 제대로 가동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전문가들도 서울시 개선프로 그램을 불만스러워 하고 있다.과거에는 버스노선조정에 전문가.시정개발연구원을 활용하더니 이번에는 시민단체를 끌어들여 바람막이로 삼아 미봉책으로 끝내려는 의도가 아닌가 의심하며,기획단은 결국 기존 관련주체를 비호하는데 급급할것이라는 주장이다.전문가들이 지적하는 문제점은 구체적으로 네가지.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기존 버스노선체계의 문제점을 가장 많이 알고 있는 버스조합을 완전히 배제하고 현실적으로 어떤노선 조정방안이 나올 수 있느냐”고 반문하고 있다.
또 다른 전문가는 기획단에 위촉된 공무원들의 전문성에 의문을제기하며.버스'만이 아닌 교통정책적 차원의 대책을 마련하기에 이번 기획단의 인적구성은 상당히 미흡하다고 주장한다.또 한편에선 기획단의 권한.책임의 한계를 거론하는 전문가 도 있다.권한도 별로 없고 책임의식도 그저 그래.결국 나올 작품이 뭘지'우려하는 것이다.마지막으로 시민단체의 참여는 물론 중요하지만 주체가 될 수 없다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전문가들은 서울시 방안대로는 결국.버스산업의 혁명'은 절대 불가능하다는 의견이다.“그동안 버스에 대해 지원은 거의 없었는데 이제와서 혁명이 현실적으로 가능하겠느냐.대중교통체계에 엄청난 혼란을 초래할 것(서울대 朴昌浩교수)”이라는 의견도 있지만대다수 전문가들은 이번 기회에 버스노선.운영주체.요금체계등을 완전히.새 판'으로 다시 갈아끼우는 혁명을 원하고 있다.기존 판으로는 .규모의 경제를 고려해 업체별 적정버스대수 규모를 새로 정하고,시민들의 요금부담이 늘어 나지 않으면서도 서비스를 향상하며,정해진 시간에 어김없이 오는 버스를 서울시민에게 제공하는 것'은 절대 불가능할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인식이다. ***전문가에 결정 맡겨야 다만 전문가들은 버스체계 전반을 완전히 다른 체계로 바꾸는 작업이 매우 힘들고 오래 걸릴 과제라는데는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홍익대 李仁遠교수).그러면서 가장 중요한건.의지'라는 지적이다.국토개발연구원 김형진(金亨鎭)책임연구원은“ 서울시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버스노선체계.
운영방안을 일대 개선하려는 확고한 의지가 있다면 개혁의지가 있고 덕망있는 전문가를.개혁커미셔너'로 임명해 전권을 위임하는게바람직하다”는 제안을 하고 있다.명지대 임성빈(任聖彬)교수도“중요한 건 최고책임자의 의지다.외국의.특별검사제'와 비슷한 개념의 전문가 임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홍익대 김종석(金鍾奭)교수는“서울의 버스산업은 근본적으로 판을 다시 짜야 한다.이해관계자들은 참여는 할 수 있지만 주체가 돼서는 안된다.
몇달 지나 유야무야되기 전에 나와 있는 방안중에 과감히 선택해 올해 안에 개혁을 끝내자”며 강력한 의견을 개진하기도 한다.이외에도 여러 전문가들이“시민들은 지금 공무원을 크게 불신하고 있는데 그들이 개선대안을 만들어 어떻게 시민을 설득할 것인가”에 동조하고 있다.
서울시는 이번 버스비리 사건을 잘하면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을수도 있다.시민.업자들의 협조 분위기도 조성돼 있다.이번과 같은 절호의 기회는 두번 다시 오기 힘들 것이라는 전문가가 있을정도다.버스업계의 환부를 과감히 도려내며,집단 이기(利己)도 함께 설득할 수 있는.개혁커미셔너 임명'을 전문가들은 바라고 있다. <정리=음성직 전문위원> ***팩스좌담 참가전문가***^고승영(명지대교수)^김종석(홍익대교수)^김익기(한양대교수)^김창호(서울대 초빙교수)^김형진(국토개발연구원 책임연구원)^박병소(서강대교수)^박창호(서울대교수)^신부용(교통환경연구원 원장)^유완(연세대교수)^이광훈(서울시정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이인원(홍익대교수)^이재림(교통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이종호(경기대교수)^임성빈(명지대교수)^임평남(교통과학연구원 부원장)^전경수(서울대교수)^홍창의(교통과학원 선임연구원)^황상규(교통개발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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