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 맞은 ‘청도 반시’ 가공품도 일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3면

청도에 반시(盤枾)의 계절이 돌아왔다. 반시는 둥시와 달리 소반처럼 납작한 모양을 하고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때맞춰 축제도 열렸다. 지난 24일부터 사흘간 계속된 청도반시축제엔 17만5000여 명이 찾아 청도 감과 각종 가공품을 구입하고 체험했다.

청도군 농업기술센터는 반시 출하량이 26일 현재 지난해에 비해 20%쯤 늘었다고 밝혔다. 때문에 출하 가격은 지난해보다 조금 떨어져 10㎏ 한 상자가 평균 1만원 정도에 거래됐다.

◆씨없는 감=청도 반시는 씨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품종의 특성상 같은 나무에 수꽃이 거의 없어 수정이 이뤄지지 않아서다. 수분 함량은 다른 지역 감보다 더 많다. 연중 안개일수가 90일이나 돼서다. 청도 반시의 이런 특성은 곶감 주산지인 상주·영동과 달리 연시(연화제로 만드는 홍시)와 반건시(수분이 많은 곶감)·감말랭이(감을 4조각 내 말린 것) 등 여러 형태로 개발되는 원인이 됐다.

납작한 모양의 청도 반시. 청도는 국내 최대의 감 생산지다. 씨가 없어 곶감보다는 반건시·감말랭이·감와인 등으로 가공된다. [청도군 농업기술센터 제공]

청도의 감 생산량은 3만4000여t으로 상주 둥시(1만4700여t)의 두배가 넘으며, 전국 최대 규모다. 청도를 대표하는 과일이다. 과수원에서 30여 년간 감 농사를 짓는 류점득(69·청도읍 평양2리)씨는 “작황이 좋아 올해 5000상자에 1억원쯤 매출을 올릴 것같다”며 “그러나 해마다 인건비가 올라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재배 면적은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감나무는 20년 미만인 복숭아와 달리 한번 심으면 50~70년간 수확할 수 있는 데다 한해 수확 기간도 어떤 과수보다 긴 이점이 있다.

◆와인·식초·화장품 등으로 가공=청도 반시는 감말랭이·반건시 말고도 감와인·아이스홍시·감염색·감식초에 심지어 올해는 감국수·감냉면까지 다양하게 개발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청도 반시 전체 501억원 소득 중 이들 가공품이 240억원에 달할 정도였다. 6~7년 만의 급속한 성장이다.


13년째 아이스홍시를 생산하는 경청농산 이종평(50) 대표는 지난해 매출 16억원을 기록했다. 그는 연간 청도 반시 1000t을 아이스홍시로 만든다. 영하 50도로 급속 동결해 한여름에도 섬유질 등 가을 감의 질감을 살리는 방식이다. 이 대표는 “아이스홍시가 지난해 학교 급식으로 채택돼 안정적인 판로가 열렸다”며 “상품은 좋은데 냉동 물류비 등 사업성은 한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그래서 그는 대구한의대에 감 음료 개발을 의뢰해 새로운 도전을 준비 중이다.

개발된 지 4~5년밖에 되지 않는 감 와인은 벌써 매출액 32억원을 달성해 순항 중이다. 감 염색 매출도 지난해 16억원에 이른다. 농업기술센터 조기동(53) 청도반시연구실장은 “청도가 개발한 건조 기술은 다른 지역이 벤치마킹을 하고 있다”며 “반시 색깔 등 품질을 더 높이고 대량 소비 길을 열 음료 개발이 앞으로의 과제”라고 말했다.

송의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