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사진의 기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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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주·부산·서울에서 9월 개막한 각종 비엔날레가 다음 달 제각각 막을 내리는 가운데 31일부터 또 다른 비엔날레가 시작된다. 다음 달 16일까지 17일간 열리는 제2회 대구사진비엔날레다. “비엔날레 과잉 시대 아니냐”(오광수 전 광주비엔날레 총감독)는 자성의 소리가 있긴 하지만 대구는 또 다르다. ‘사진 새 시좌(視座)’전(1988), ‘휴스턴 포토 페스티벌 한국전’(2000) 등 사진가로서뿐 아니라 사진전 기획으로도 이름난 구본창(55)씨가 이번에 총감독으로 활약한 까닭에 그 상차림이 궁금하다. ‘전국민 디카족 시대’, 사진계 최대 행사인 대구 사진비엔날레를 미리 살펴본다.

대구 곳곳에서 열리는 사진전 중에서도 빼놓지 말아야 할 것은 엑스코 1층에서 열리는 주제전 ‘내일의 기억’(Memories of Future)이다. 한국·중국·대만·일본 4개국 작가 39명의 작품 300여 점이 쏟아져 나온다. 동북아 사진의 현재를 볼 수 있는 자리다. 구본창 총감독은 “한국의 경우 정연두·한성필·백승우·김옥선·데비한 등 3040 젊은 사진가들이 한국적 정서를 어떻게 표현할지를, 일본은 애니메이션 세대 사진가들이 21세기의 인간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를, 중국은 최근 10여 년간의 사회 변화를 어떻게 사진에 담을 것인가를 고민한 흔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동북아 100년전’에는 100년 전 동북아시아 각국의 사람살이를 담은 희귀 사진 350점이 나왔다. 주변국에 비해 유난히 헐벗은 우리네 흑백 사진에 마음이 불편해질 법도 하다. 그러나 “디지털 카메라의 즉각성에 경도된 요즘, 기록성이라는 사진의 본질로 돌아가고자 기획한 전시다. 최신 경향에 맞게 미술 같은 사진, 디지털 사진만 다룬다면 뒤늦게 한국에 수입돼 붐을 일으키고 있는 사진은 계속 뿌리를 잃은 채 앞으로만 나아갈 것”이라는 게 구 감독의 쓴소리다. ‘내일의 기억’을 이번 비엔날레의 주제로 내세운 이유다.

두 번째로 들를 곳은 대구문화예술회관이다. ‘변해가는 북한풍경 1950∼2008’전이 준비돼 있다. 세계적 사진가 마거릿 버그 화이트와 다큐멘터리 작가 노순택 등이 각기 다른 시각으로 카메라 앵글에 담은 북한을 살펴볼 수 있다. 디지털 세계를 적극적으로 수용한 젊은 작가들의 세계가 펼쳐지는 ‘공간유영’전, 왕성한 활동 시기에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던 실력있는 동북아 작가들을 재발견하는 ‘숨겨진 4인전’도 열린다. 사진가들을 위한 행사로는 ‘포트폴리오 리뷰’가 있다. 젊은 사진가들의 해외 진출 교두보 마련을 위해 국내외 유명 사진 전문 큐레이터나 출판담당자 등 55명이 유망 작가를 발굴한다.

‘동북아 100년전’ 출품작으로 만주 이주를 앞둔 가족이 1910년께 서울에서 찍은사진, 류은규씨 소장


지역 특성을 반영한 행사로는 사진 전공자 40명 등 총 80명이 진행한 ‘대구의 하루’ 프로젝트가 있다. 이들이 지난 9월 이틀간 찍은 대구의 일상 중 130점을 가려 계명대 극재미술관에서 전시한다. 또한 보육원 어린이들에게 사진을 가르쳐 사진으로 꿈꾸는 법을 모색한 ‘꿈꾸는 카메라’도 마련했다. 이 밖에 봉산 문화회관을 비롯해 대구 시내 화랑 20여 곳에서도 각종 사진전이 열린다.

한편 엑스코 3층에서는 29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대구 아트페어도 열린다. 국내외 50개 화랑을 통해 300여 명 작가가 참여, 2500여 점의 작품을 낸다.

권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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