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다문화 가정 자녀 글로벌 인재로 키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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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우리나라 평균 출산율은 1.26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이다. 그런데 전남 보성군(2.33명), 강원도 화천군(2.00명) 등 지자체들은 출산율이 꽤 높다. 외국인 며느리들을 많이 맞아들인 덕분이다. 저출산 문제를 푸는 데 다문화 가정이 큰 몫을 해내는 셈이다.

그러나 다문화 가정 아이들은 자라면서 사회의 환대를 받지 못한다. 피부색과 언어 문제 때문에 아이가 취학 연령이 되면 부모들은 냉가슴을 앓는다. 이와 관련해 다문화 가정 자녀가 학교 교육에서 소외돼 있는 사실이 지난 국정감사에서 지적됐다. 초등학교 연령대 중 15.4%, 중학교 39.7%, 고등학교는 69.6%가 학교에 다니지 않는 것으로 집계됐다.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도 한국어가 달려 학습 부진과 정체성 혼란에 시달린다고 한다.

다문화 가정 자녀는 갈수록 늘어 현재 5만8000여 명에 달한다. 이들이 제대로 교육받지 못한 채 성인이 된다면 취업이며 결혼에서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2005년 파리 외곽에서 이민 가정 청소년들이 벌인 소요 사태, 같은 해 런던에서 이민자 2세들이 저지른 폭탄 테러를 떠올려 보라. 프랑스·영국의 시민임에도 차별 대우를 받던 청년들이 좌절감을 폭력적으로 표출한 사건이었다. 다문화 가정 자녀들을 계속 ‘2등 시민’ 취급한다면 우리 사회의 미래 역시 불안할 수밖에 없다.

뒤늦게나마 정부가 이 점을 의식했는지 최근 다문화 가정을 배려한 교육정책을 발표했다. 유아에게 맞춤형 교육을, 초등학생에겐 방과 후 수업을 실시하겠다고 한다. 학부모를 위한 한글 교육도 한단다. 문제는 이를 제대로 실천하는 것이다. 근본적으론 우리 사회가 다문화 가정에 열린 태도를 갖는 게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단일민족을 강조하는 교과서부터 다문화를 포용하는 쪽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래야 다문화 가정 자녀들이 열등감 없이 부모의 모국어인 베트남어·필리핀어를 배울 수 있다. 이들을 글로벌 인재로 키우느냐, 불만 세력으로 만드느냐는 우리 하기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