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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cover story] 얼마나 웃나 … 동아시아 4개국 웃음 의식 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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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것이 각 나라의 최고 미소였다. 채점 기준은 ▶입꼬리가 위를 향하는지 여부▶입술 모양의 좌우 대칭성▶입술이 옆으로 벌어지는 정도 ▶입술이 아래위로 벌어진 간격이 적당한지▶이와 잇몸의 색 등이다. [ 채점.도움말=예치과 김석균 원장]

흔히 한국인은 웃음이 없다고들 한다. 오죽했으면 2002월드컵 같은 대형 국제 행사 직전에 시민단체 등이 '미소 띄우기 운동'까지 벌였을까. 그 정도로 우리나라 사람의 표정은 얼어붙어 있을까. week&팀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잘 웃는지 아시아 지역의 4개국 사람들과 비교해 보기로 했다.

우선 한국.중국.베트남 등 동아시아 3개국 국민을 상대로 웃음 관련 의식조사를 했다. 이와 별도로 서울.상하이(上海).싱가포르.호치민의 거리에서 일반인들을 상대로 누가 가장 자연스럽게 웃는지 '미소의 경쟁력'도 비교해 봤다.

4개 도시의 일반 행인들에게 웃어달라 하고는 사진을 찍어 전문기관(예치과 미소 클리닉)으로부터 점수를 매겨 평가를 받은 것. 점수는 입꼬리가 올라가는 정도, 입술 모양의 대칭성, 이가 보이는 정도 등 미리 정해진 기준에 따랐다.

◆ 한국인, 생각보다 많이 웃는다=역시 많은 한국인은 '우리는 잘 웃지 않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우리나라 사람 열명 중 여덟명(78%)이 그렇게 답했다. 반면 중국은 92%가 '주변 나라 사람들보다 잘 웃는다'고 했다. 베트남도 72%가 스스로를 '잘 웃는 민족'이라 여겼다.

그렇다면 실제로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웃는 표정에 인색한 것일까. 그렇지 않았다. 한국.중국.싱가포르.베트남 사람 중에 우리의 미소가 제일 부드럽고, 또 자주 웃었다.

무엇보다 웃는 횟수 조사에선 한국인이 단연 앞섰다. 절반(50%)이 '하루 열 번 이상 웃는다'고 했다. 이 비율이 중국은 39%, 베트남은 26%에 그쳤다. 반대로 '하루 한두 번 이하'는 베트남(32%)이 가장 많고 한국(14%)이 제일 적었다.

'나는 잘 웃는데 한국이란 나라는 안 웃는다'는 식의 조사 결과에 대해 서울대 최인철(심리학)교수는 "한국인은 자신의 경험은 객관적으로 평가하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를 회상하라고 하면 부정적인 판단을 내리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한다.

실제 '한국인이 잘 웃지 않는 이유가 뭔가'를 물었더니, '나라 자체가 잘 웃지 않는 분위기 때문'(35%)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직장.사회 생활과 관련된 스트레스(18.4%)''사회가 각박해지고 있어서(15.5%)'등의 순이었다.

웃는 얼굴을 가꾸려는 노력은 3개국 가운데 꼴찌였다. '거울을 보며 미소 짓는 연습을 한다'는 사람이 우리나라에선 열명 중 세명(28%)이었지만 중국은 네명(39%), 베트남은 절반 정도(49%)에 달했다.

◆ 웃음의 '질'도 한국인이 최고=거리에서 사진을 찍은 뒤 한국인들은 디지털 카메라 사진을 즉석에서 확인하고 대부분 '표정이 어색하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정작 채점 결과는 한국이 1위. 100점 만점에 77점이다. 다음은 베트남(75점).싱가포르(71).중국(65)의 순이었다. 여성들이 남성보다 점수가 높은 것은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였다.

예치과 김석균 원장은 "최근 카메라폰이나 디지털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사진을 많이 찍기 때문에 우리나라 사람들의 미소가 한결 좋아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웃는 이유는 국적에 상관없이 대체로 비슷했다. '주변에서 농담을 들었을 때'나 '코미디를 보거나 유머를 읽었을 때'였다. 눈길을 끄는 것은 베트남 여성 설문자 중 절반가량이 '가족과 함께 있으면 자연스레 웃음짓게 된다'고 한 점이다.

◆ '웃으면 복이 와요'는 만국 공통="웃음 때문에 덕본 일◆ 없는 것 같은데요."(박은혜.여.21.대학생) "없긴 왜 없어. 내가 네 웃음에 반했는데."(이우택.25.직업훈련학교 재학.박씨의 남자 친구)

"회의 시간에 아이디어가 안 나오고 짜증만 날 때는 일부러 다 같이 웃지요. 그러면 분위기도 나아지고, 이내 문제도 해결돼요."(황석규.37.회사원)

길거리 인터뷰에서 한국인들은 "웃으면 일이 잘 풀리고, 좋은 일이 생기기도 한다"고 이구동성이었다.

'웃는 얼굴이 삶에 도움을 주느냐'는 질문에도 한국인의 99%, 중국인의 96%, 베트남 사람의 70%가 '그렇다'고 답했다.

권혁주.이경희 기자

미소 사진 분석 및 설문 참여자

◆미소 사진=한국 44명, 중국 62명, 베트남 31명, 싱가포르 23명

◆설문=한국 104명, 중국 49명, 베트남 47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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