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CCESS 인상학] 인기 남녀 뜯어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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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에너지는 한마디로 정(精).기(氣).신(神)으로 분류할 수 있다. 튼튼한 정(精)은 건강한 신(神)을 만드니 곧 정신을 말한다. 기(氣)는 이들의 활동을 활발하게 해주는 에너지이면서 생명을 유지시켜주는 숨결이므로 잘 간수해야 한다. 기(氣)의 센 발음이 '끼'다. '끼가 많다'는 것은 에너지가 강하다는 말로, 주로 예술적이나 성적인 에너지가 강하다는 뜻으로 사용되고 있다.

얼마 전 발간된 '메이팅 마인드'(소소)의 저자 제프리 밀러는 인간만이 갖고 있는 예술.과학.종교적 재능은 이성에게 선택받기 위한 수단으로 250만년 동안 진화해왔다고 주장한다. 280명의 남성 과학자 중 65%가 35세 이전에 최고의 논문을 작성했으며 결혼 후 연구 성과는 급격히 떨어진다는 통계도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인상학에서 볼 때도 끼가 있어야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을 선택할 수 있고 일에도 활용할 수 있다. 단 끼를 제대로 가누지 못하면 '밝히는 사람' '연애박사'란 말을 듣곤 한다.

평소에 얌전하다가도 웃을 때 치아 16개가 드러나도록 환하게 웃고 목젖이 보일 정도로 고개를 젖히고 통쾌하게 즐거움을 표현하는 사람은 대범하게 자기 속을 다 보여주는 사람이다. 사랑을 나눌 때도 아낌없이 표현한다. 물론 웃는 입이 크더라도 권위적인 교수.관료라거나 나이가 많다면 그렇지 못하다. 사회화 과정에서의 상호작용을 무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요즘 한창 연애하는 연령대의 사람에 대한 이야기라는 점을 전제로 하자.

큰 눈에 얼굴이 예쁘고 발레를 전공해 몸매도 좋은 여성이 있다. 인기는 많은데 서른 중반이 넘도록 결혼을 못했다. 그녀는 선을 보면 이상하게도 맘에 안 드는 상대만 죽어라 연락을 해온다며 불만을 털어놨다. 그녀는 입과 눈이 커 표현을 잘하고 끼가 넘치는, 즉 인기 있는 인상의 소유자였다. 상대방도 그녀가 마음에 들지만 '결혼하면 이 여성을 계속 관리할 수 있을까'란 생각에 갈등한 것이라 짐작된다. 그녀는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 앞에서는 불만스러운 나머지 입을 다물었다. 표현구인 입을 다물면 강한 에너지가 감춰지기 때문에 배우자로서 적합한 매력으로 비치게 된다. 그래서 마음에 안 드는 남자에게서만 연락이 오는 것이라 해석할 수 있다.

입술 끝이 처진 사람은 일이든 연애든 너무 심각해서 재미가 없다. 이왕에 새로 연애할 상대를 고를 거라면 웃을 때마다 입 끝이 시원하게 올라가는 사람을 찾아보자. 그런 사람이 긍정적으로 산다. '깔깔깔' '헤헤헤'라 웃는 여성은 개구쟁이 같은 사람이다. '으헤헤헤' '이히히히'라 웃으면 끼가 많다. 자신은 느끼지 못하더라도 조금씩 옆으로 새는 생활을 즐기는 사람이랄까. 눈으로 웃는 사람도 끼가 있지만 모두들 눈웃음을 치는 세상이니 특별한 건 아니다. 남성이건 여성이건 '하하하' '호호호'라며 단전에서 올라오는 소리를 내면 언행도 반듯하다. 한마디로 헤프게 끼를 부리는 사람은 아니다.

평소에는 소리 없이 씩 웃다가도 재미있을 때는 소리가 커지면서 청량하게 웃는 남성은 열심히 끼를 부리진 않지만 한번 사랑에 빠지면 오래 간다. 아나운서처럼 거침없이 또랑또랑 굴러가는 목소리의 남성은 연애를 할 때 돈을 잘 쓴다. 다만 연애 대상도 다양하게 선택한다는 문제점이 있다. 반면 목소리가 뻑뻑하면 사랑표현도 능하지 못하고 돈 쓰는 방법에도 서툴다.

데이트를 할 때 눈이 초롱초롱 빛나다가 물기가 조르륵 흐르면 남녀 모두 감정이 고조되고 있다는 뜻이다. 눈이 촉촉하게 젖으면 서로 가까이 가게 된다. 그 상황에서 눈빛이 갑자기 흐려지면 상대방의 육체를 원한다는 뜻이다.

평소 눈이 반짝이고 물기가 적당히 있으면 끼가 있고 연애에 능하다. 다정하게 얘기를 하는 중 눈에 약간의 핏발이 서 붉은 상태라면 사랑은 하지만 여건이 안 돼 고백을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눈이 큰 사람은 자기 표현에 능하기 때문에 상대방을 바꾸며 냄비 같은 사랑을 하는 경향도 있다. 눈이 작은 사람은 끼가 없을까. 그건 아니다. 눈이 작으면 속으로만 깊이 생각하고 표현을 안 한다. 온돌같이 은근하고 오래가는 사랑을 하는 셈이다. 내성적이라 편지로 사랑을 고백하기도 한다.

예전에는 생김새가 비슷한 사람과 연애를 하라고 했다. 요즘 같이 역동적인 세상엔 서로 대조적으로 생긴 사람과 만나는 게 낫다. 차라리 가끔 싸우더라도 짜릿하게 사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눈이 크면 작은 사람과, 말이 없는 남성이라면 목소리 높은 여성과 만나는 식이다. 둘 다 말없이 미소만 짓는다면 진전도 없고 재미도 없다. 연애 따로, 결혼 따로라지만 연애를 하다 좋아지면 한집에 살고 싶어지는 게 순리다. 자신이 너무 끼가 많다면 좀 약한 사람을, 자기가 약하다면 강한 사람을 만나 서로 보완하며 사는 게 좋지 않을까.

셰익스피어도 엉덩이가 가벼운 아내에게는 엉덩이가 무거운 남편이 어울린다 하지 않았는가.

주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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