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쿠션 황제 이상천-渡美 7년만에 왕관쓰고 개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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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스리쿠션의 황제'.왼손의 마술사'로 불리는 이상천(42.재미교포.미국명 상리)이 96세계당구월드컵협회(BWA)시리즈 제2차전인 대구월드컵당구대회(13~16일)에서 준우승했다.그는 또 내친김에 제1회 박클럽배당구선수권(19~20일) 에도.우정출연'해 가볍게 우승했다.
54년생 서울토박이.경기고 졸업,서울대 중퇴의 고학력 당구선수다.그는 70년대 중반부터 스리쿠션부문에서 최강의 전성기를 구가하다 87년 무일푼으로 미국에 건너갔다.이후 불법체류자로 시작한 미국생활 7년만에 93~94시즌 BWA종합 우승을 거두고 94년10월 서울당구월드컵에 개선장군처럼 나타났었다.
이상천은 BWA 95~96시즌 7위,96~97시즌 2차전(총5차전 예정)이 끝난 현재 5위에 랭크돼 있다.
국제무대 데뷔전인 89년 스파그랑프리(벨기에)1회전에서 스리쿠션 15점을 단 한큐에 끝내버리고 벨기에 왕실의 기립박수를 받았으며 94년 겐트월드컵(벨기에)우승직후 뉴욕타임스(94년 1월19일자)스포츠면 톱기사로 실리기도 했었다.이 번 대회에서비록 준우승에 그쳤지만 세계 최정상의 실력임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그는 승부사적 기질을 타고났다.71년 처음 큐를 잡은지3개월만에 3백점을 놓았을 정도다.그러나 흔한 허슬러(내기승부사)기질이나 재능만으로는 부족하다.스리쿠션 당구는 벨기에의 국기며 유럽에선 귀족스포츠.한국보다 미국에서,미국보다 유럽에서 더 유명한 대선수.상리'를 가꾼 비결은 무엇인가.
“저는 여전히 현역이고 목표는 언제나 우승입니다.적수공권이던미국생활 초창기에 비하면 오기랄까,독기가 내면화됐을 뿐이지요.
벨기에의 당구영웅이며 최고령 현역선수인 레이몽 크루망(62)을존경합니다.스포츠선수로서 그의 평정심을 배우는 중입니다.” 그는 대학중퇴 이후 10여년간 당구가 도피처였다고 한다.법조인인부친이나 형과 달리 이미 고교재학때부터 넘치는 끼를 주체하지 못하고 집보다 바깥으로만 나돌며.낭인'생활을 하던 그에게 가업이나 졸업장은 별다른 의미가 없었다.당구뿐 아니라 각종 잡기(雜技)에도 다양한 재능(?)을 발휘했다.
국내식보다 훨씬 큰 국제식 당구테이블에 익숙해지기 위해 도미후 1년동안은 하루 10시간씩 혼자 샷연습을 했다.거대도시 뉴욕은 그에게 고독과 자기응시의 도장이었다.
“철이 든 이후 미국행은 허슬러냐,당구선수냐의 갈림길에서 후자를 위한 과감한 선택이었습니다.다행히 미국에선 당구를 스포츠로 대접해줬습니다.국내에 남았었다면 허슬러 생활이 훨씬 길어졌겠지요.” 그는 내년 2월 세계보크라인챔피언 프레데릭 쿠드롱(27.벨기에)과 예술구챔피언 로베르토 로하스(42.멕시코)를 자비로 초청,국내 순회경기를 갖는등 지속적으로 스포츠당구에 대한 인식을 제고시켜나갈 작정이다.BWA 나머지 시즌일정에 맞추기 위해 22일 출국한다.

<임용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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