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갤러리아 백화점 의류 '바이어' 박정훈 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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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올해 30세의 박정훈씨는 서울 압구정동에 있는 갤러리아 백화점의 의류담당 .바이어'다.직책이 대리이고 .바이어'라고 하는다소 생소한 일을 하고 있지만 그가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바이어'는 국내외에서 매일매일 쏟아져 나오는 수많은 제품중소비자를 사로잡을 수 있는 것들을 골라내는 일을 담당한다.
갤러리아백화점은 특히 우리나라 20~30대 젊은이들의 유행을선도하는 곳.때문에 그가 선택한 옷이 바로 .한국 패션을 리드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무명의 의류업체를 어느날 갑자기 .한국 패션의 신데렐라'로 등장시키는 기막힌 일을 연출해낸다.
그가 선택해 갤러리아매장에 입점시킨 브랜드는 마치 .보증수표'인양 다른 대형 백화점에서 안심하고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요즘 선풍을 일으키고 있는 국산 청바지를 비롯해 감각이 톡톡튀는 여성의류 오브제와 미샤.타임도 그가 발탁해 갤러리아 매장에 올린후 .유명브랜드'가 된 것들이다.올해로 바이어 경력 6년째.그는 하는 일이 이처럼 중요하기 때문에 정 신없이 바쁘기도 하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는다.자고나면 달라지는 젊은이들의 취향을 맞추기가 그리 쉽지 않은 까닭이다.
“바이어 선택의 잘잘못은 곧바로 매출실적에서 드러나므로 스트레스가 강하지만 생활문화의 첨병이라는 자부심에 힘든지 모르고 삽니다.”대부분의 바이어들이 계절을 앞선 패션쇼에 선보이는 옷을 헌팅하지만 그는 이보다 앞서기 위해 신생 의류 업체의 기획회의에 참석한다.그가 책임지고 있는 3백50여평 영캐주얼 매장의 올 매출 목표는 1백60억원.매년 30%이상의 매출신장세를이끌고 있다.
매일매일 선택을 거듭해야 하는 삶은 외롭지만 그만큼 짜릿하다.대학에서 중문학 전공후 한때 무역업에 뜻을 뒀지만 이제 바이어를 천직으로 생각하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고혜련 기자.사진="김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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