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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빈칼럼>교육감이란 자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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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어째서.교육감(敎育監)'일까.시.도의 학예와 교육을 책임진 자리가 군조직의 공병감이나 헌병감을 연상케 한다.여러 문건을 찾아봤지만 교육감이란 말의 유래가 분명치 않다.일본에선 교육장이라 부른다.미국에선 주마다 다르지만 관리 감독의 뜻을 지닌 슈퍼인텐던트(Superintendent)가 가장 많고 커미셔너또는 디렉터라 부른다.장관급 교육관리자다.교육자치나 교육감제가처음 도입된게 일제 아닌 미군정부터였고 49년 교육법이 제정되면서.교육감'이 등장한다.미군정이 착수했던 여러 신식 제도중 대표적인게 교육법과 군제다.이 과정에서 헌병감.교육감이 함께 창출된게 아닐까 짐작한다.
이 교육자치,특히 교육감 선출을 둘러싸고 세상이 시끄럽다.정부.여당이 교육감을 현행 선출방식에서 시.도지사가 임명하는 방식으로 법을 바꾸자는 합의를 하자 교육계가 발칵 뒤집히고 도하언론이 모두 들고 일어나 교육의 중립성과 자율성 을 침해하는 반민주적 처사라고 비난했다.이러자 당은 한발 물러서고 정부는 후보등록절차를 거친 교육위원회 선출안을 다시 추진중이다.
왜 선출제고,왜 임명제인가.먼저 우리 교육감제의 변천사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49년에 법이 만들어졌지만 실시된 것은 52년,그것도 임명제였다.기초단위까지 실시된 것은 4.19후 민주당 시절 잠깐이었다.곧 5.16이 일어나자 교육자 치제를 싹 없애고 교육감만 임명제로 살아남았다.91년 6공시절 민주화바람을 타고 지방자치와 함께 교육자치가 다시 살아나고 간선(間選)으로 뽑힌 교육위원이 교육감을 교황식으로 선출하는 방식이 2기째 계속되고 있다.바로 이 선출과정에서 억원대 현금이 오가는 부정이 일자 이대로는 안되겠다는 반성이 일어났다.피지도 못한 꽃이 시들고 있다.
총장 직선제가 대학 민주화의 상징물이 되었듯 교육감이란 자리가 교육 민주화의 꽃이 되었다.우리식 독특한 민주화운동의 결과물이라고 나는 생각한다.군사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대학을 틀어쥐고 교육자치제를 없앴기 때문에 제도의 본질과 관계 없이 총장 직선제.교육감 직선제가 민주화의 꽃인 양 정착하게 된,우리 특유의 정치풍토가 만들어낸 어쩔 수 없는 민주화.정서'다.
국.공립대학 재정은 정부가 책임지니 정부가 총장을 임명하는게당연한 이치다.그러나 그동안 나쁜 정부가 전횡(專橫)을 해 정부를 못믿겠으니 교수들이 직선을 해 2명을 천거하면 대통령이 이중에서 임명하는게 민주화이후 관행이다.사립대학 운영책임은 재단에 있지만 재단 횡포가 심하니 교수들이 선출하고 재단이 추인하는 형식이 관례가 되었다.여기서 총장선출을 둘러싼 내부갈등이일고 금품거래가 생기면서 대학의 효과적 운영을 위해선 총장 직선제보다 재단선임이 낫다는 목소리 가 높아지고 있다.
나는 교육감 선출도 같은 맥락의 흐름이라 본다.원래 교육자치.지방자치가 따로 따로가 아니다.지방자치중 가장 역점사업이 교육문제고 실제로 교육재정의 상당부분이 시.도 재정에서 나가는데어째서 교육의회.지방의회가 따로 있어 시장이 해 야 할 중요 교육정책을 포기해야 하느냐는 반론이 가능하다.지방자치란 주민자치고,교육자치 또한 교육 수요자인 주민 주도의 교육자치여야 하는데 현재대로 나가다간 교원자치,교육단체 이기주의,최악의 경우.교육업자'들간의 이해로 흐를 소지도 분명 있다고 본다.
미국의 교육감제도 교육재정이란 현실적 문제에 부닥치면서 직선제에서 간선.임명제로 선회하고 있다.교육감 직선이 18개주,교육위원회 선출이 28개주로 가장 많고 주지사 임명이 9개 지역이다(92년 국회사무처 통계).일본은 원래 선출직 이었다가 56년 법개정을 통해 임명직으로 바꿨다.지나친 교육분권을 막겠다는 취지였다.
우리는 어떻게 고쳐야 하나.주민 대표성.정치적 중립성.교육의전문성을 살리면서 효과적 교육재정을 마련하는 방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직선제 대학총장 선출방식이 모델이 될 수 있다.비록간선이지만 주민 대표성을 지닌 교육위원이 교육 감 후보를 2명선출하면 시.도지사가 택일,임명하는 방식이다.학교운영위나 교직단체가 후보를 추천할 수도 있다.
어차피 대학총장 선출도 임명제로 가야 하듯 교육감선출도 장래는 임명제로 가야 한다.그러나 단계적 조처로 직선과 임명을 두루뭉수리하게 꾸린,원칙과 민주화 정서의 어쩔 수 없는 현실 조화가 우리의 민주화과정 해법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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