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마다 딴소리, 黨政은 엇박자…정책 혼선이 투자 막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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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자동차는 요즘 경기도 평택공장 증설 계획이 하루하루 미뤄지자 아예 투자 전략을 새로 짜고 있다. 이 회사는 1년여를 끌어온 수도권 공장 신.증설을 지난해 말 정부가 허용하겠다고 발표했을 때만 해도 당장 생산라인 착공식을 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지난 4개월간 정부가 심의를 미루는 등 구체적인 시행 방안을 확정하지 않자 애를 태웠다.

산업자원부와 건설교통부.환경부를 오가며 호소를 거듭했지만 "아직 이견 조율이 덜 됐다"는 답만 들었다. 쌍용차는 결국 평택공장 증설 계획을 '연초 착공해 내년 초 완공 및 생산'에서 '올해 말 착공해 내년 하반기 생산'으로 일단 바꿨다. 그러나 이마저 복잡한 지자체의 인허가 절차를 거쳐야 해 더 늦어질 가능성이 크다.

현재 평택공장 생산 규모는 연 18만대다. 올해 자동차 판매 목표가 17만7000대이니 하루 24시간 돌려야 한다. 더구나 내년에는 신차를 두 종 이상 내놓을 방침이어서 추가 생산라인이 필요하다. 쌍용차 입장에서 공장 증설은 생존 그 자체나 다름없다. 그래서 채권단의 약속까지 받아내며 연 12만대 설비 증설을 목표로 1조4000억원 규모의 투자비도 마련했다. 하지만 부처 간 끝없는 이견으로 증설작업이 연기되면서 전략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사정은 삼성전자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는 액정표시장치(LCD) 생산라인을 건설 중인 충남 아산의 탕정 공장(61만평)과 연계해 일대 98만7000평에 자족형 기업도시를 짓겠다는 계획을 올 초 세웠다. 1조5000억원을 들여 1만1000여가구의 주거단지와 공공.상업단지를 2009년까지 세우고, LCD 라인 및 부대 단지에는 19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열린우리당은 '기업도시'를 총선 공약으로 내걸었고, 이헌재 경제부총리는 "정부도 적극 지원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러나 건교부는 최근 삼성전자에 '불가(不可)'통보를 했다. 막대한 개발이익이 예상돼 특혜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측은 "지방에 공장만 세우면 인력은 어떻게 확보하느냐"며 "학교나 도로 등은 지자체에 기부할 예정이며, 삼성전자에 돌아올 개발이익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정책 불확실'이 기업 투자의 발목을 잡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기업들은 그러잖아도 유가.환율.금리 등 각종 경제 변수가 연초 전망과는 크게 다른 패턴을 보여 헷갈리는데 기업 투자와 직결되는 정부 정책이 부처.사람에 따라 다르고, 시간이 가면서 바뀌는 등 혼선이 많아 투자 전략을 세울 수 없다는 것이다. 최근 공정위가 발표한 '대그룹 금융 계열사의 의결권 축소'만 해도 재경부와 충분한 협의를 거치지 않은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소가 최근 평가한 우리나라 정부의 '정책 일관성' 순위는 전체 조사 대상 60개국 중 54위였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양금승 기업정책팀장은 "각종 설문조사에서 나타나듯 기업들이 정부에 가장 절실히 바라는 게 '정책 일관성 유지'"라며 "기업이 투자 계획을 미루고, 바꿔야 하면서 생기는 기회 손실을 누가 책임질 것인가"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 반론보도문

본지 5월 13일자 1면 '정책혼선이 투자 막는다' 제하의 기사 중 업체 측은 "부처 간 이견으로 심의가 미뤄졌다"고 주장했으나 산업자원부와 건설교통부는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증설과 관련해 "해당 법령을 개정하고 수도권정비위원회 심의를 개최하는 등 부처 간 이견으로 심의를 미룬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재정경제부는 대우종합기계의 매각에 우리사주조합이 참여하는 문제에 관해 방침을 변경한 바 없고 자격만 갖추면 누구든지 동등한 조건으로 입찰에 참가할 수 있다는 방침을 견지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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