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베스트셀러는 TV가 만들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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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베스트셀러 관리가 엄정하기로 유명한 미국에서 최근들어 베스트셀러가 TV매체에 좌우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어 관계자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이런 현상은 소재의 한계를 느낀 TV토크쇼나 뉴스매거진 프로그램들이 작가쪽으로 눈을 돌리 면서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토크쇼 진행자인 오프라 윈프리가 최근소개한 토니 모리슨의 소설 『솔로몬의 노래』 판매부수를 살펴보면 이같은 우려도 근거없는 것이 아니다.오프라 윈프리가 「오프라의 북클럽」에서 이 책을 소개하기로 결정한 그 주말 19년전에 발표된 이 작품은 판매부수가 무려 3천%나 뛰어 단숨에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2위로 뛰어올랐다.
책코너에 대한 시청자들의 관심이 확인되자 각 방송사들이 유명저자를 놓고 경쟁을 벌이면서 이제는 출판사들이 큰소리를 치는 상황이 돼 버렸다.작가를 방송에 출연시키는 출판사가 책표지를 어느 정도 비춰야한다든지 아니면 방송사의 자매지 에 광고를 해줘야한다든지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고 있는 것이다.실제로 랜덤 하우스의 경우 섹스스캔들을 일으켜 클린턴대통령의 보좌관 자리에서 밀려난 딕 모리스를 TV에 출연시키면서 단독 인터뷰 대신 모리스가 선거에 대한 평을 할 수 있 도록 해달라는 조건을 내걸기도 했다.모리스의 책은 아직 출판도 되지 않은 상태다.이런현상을 가장 우려하는 이들은 역시 TV 저널리스트들.아무래도 자신들의 독립이 손상받을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다.출판업자들도 마찬가지다.출판시장이 T V에 잘 어울리는 책들에 의해 지배될것이라는 우려다.
그러나 한 TV 프로그램 프로듀서는 TV기자들의 이런 반응에대해 『출판사와의 협상도 어디까지나 수요공급의 원칙에 따른다』며 『작가 인터뷰 하나를 얻는데서도 언론인의 독립을 내주지 않을까하는 기자들의 정신자세가 더 문제』라고 지적 한다.

<정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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