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토크쇼는 '性의 무대'인가-진한농담 잇단 방영 빈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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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심야 성인대상 토크쇼 프로그램이 「성인 이야기=성적(性的)대화」라는 착각속에 옷을 벗었다.대부분 침실 이야기로 이뤄진 이들의 대화는 그것도 성에 차지 않는듯 프로그램에 삽입되는 코미디의 무대에 아예 침대를 들여놨다.
심야 성인대상이니까 좋게 보면 소재확대고 또 그같은 소재를 수용할 때도 됐다.문제는 성에 관한 대화가 해학도,위트도,풍자도 없이 요컨대 「질 관리」가 전혀 안된 채 진행되는데 있다.
진행자.초대손님.시청자가 모두 엉성한 수준의 농담 에 얼굴 붉히는 코미디를 연출하고 있는 것이다.
SBS 『이영하.이영자의 달빛 소나타』(연출 이상훈.배성우).탤런트 이응경.최갑수 부부가 출연,방청객 질문에 답하는 「스타부부 청문회」에서 『밤에 부부간에 극복해야 할 일은 어떻게 극복하는가』『이응경씨는 어린 나이에 결혼했는데 첫 날밤에 너무몰라서 고생하지 않았는가』등 부부의 성에 초점을 맞춘 내용을 방송했다.이 장면은 방송위원회(위원장 김창열)로부터 「경고」를받았다.「주의」조치를 받은지 1주일만의 일이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은 막무가내다.지난 5일 이영자가 한증막에서 주부들과 만난 장면에서 『밤만 되면 밖에 못나가게 해』『밤에는 짠돌이 아냐』등의 대화가 오간 것을 비롯,혜은이.김동현부부를 초대한 자리에선 『특히 밤에 씨 매력이 뭔가 』『터프해보이는데 실제로도 그런가』등의 대화가 넘쳐났다.
KBS-2TV 『서세원의 화요스페셜』(연출 남현주)도 마찬가지다.초대손님 백일섭과의 대화에서 『첫날밤은 소방서에서 와서 불끌 참인데…』『허리가 휘청거린다면 힘못쓴다고 마누라가 바가지박박 긁지 않았나요』운운하는 내용이 방송됐다.
10일 방송된 SBS 『이주일의 투나잇쇼』(연출 이기진)에서도 『집사람이 위로 갈때가 많다』등의 내용이 전파를 탔다.
한마디로 설익은 성적 농담이 시청률의 무기로 이용되고 있는 것이다. SBS 이상훈PD는 『사내에서 사전 모니터링을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방송위에서 지적을 받았다』며 『앞으로 표현 정도를 순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순신대 안정임(신문방송학)교수는 『토크쇼의 선정성은 제작진이 성인 프로그램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며『제작진이 다양한 내용의 가능성을 제쳐둔채 「성인대상」을 「성(性)적」인 것으로 오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교수는 또 『진지함이 결여된 제작진의 안이한 태도가 토크쇼를 연예인 진행자와 초대손님이 잡담을 나누는 자리로 격하시키고있다』며 『토크쇼 발전을 위해 폭넓은 초대손님을 수용할 역량 있는 전문 진행자를 선정하고 다양하고 진솔한 내 용을 담아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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