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미국 대선] 막판 부동표, 언더독일까 밴드왜건일까

버락 오바마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26일(현지시간) 콜로라도주 덴버 중앙시민공원에서 생후 20개월 된아이를 안고 있다. 이 유세 현장에 15만 명의 사람이 몰렸다. [덴버 AP=연합뉴스]

미국 대선 막판 부동층의 향배를 놓고 이른바 ‘언더독(underdog)’과 ‘밴드왜건(bandwagon)’ 효과 논란이 한창이다. 뒤지고 있는 후보(언더독)에 대한 동정심이 앞설까, 아니면 승리 가능성이 큰 후보(밴드왜건) 밀어주기 정서가 강할까. 어느 정서가 더 강하게 작용하느냐에 따라 최근 여론조사 결과가 다음달 4일(현지시간) 투표에선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여론조사에선 지난달 9월 이후 민주당 버락 오바마 후보의 우세가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다. 26일(현지시간) 현재 두 후보 간 격차는 전국 평균 7.6%포인트(리얼클리어폴리틱스닷컴 집계). 오하이오·버지니아주의 경우 5%포인트 이상, 플로리다·미주리·노스캐롤라이나주는 2%포인트 차 안팎으로 오바마가 앞서고 있다.

매케인은 26일 오바마 측이 이미 대통령 취임사 초안을 마련했다는 뉴욕 타임스(NYT) 보도를 언급하며 “아직 열흘이나 남았는데 (오바마는) 이미 의회 연설문을 써 둔 것 같다”며 “이런 점에서 나는 구식”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은 유권자들의 동정심을 유발시킨다는 점에서 언더독 효과를 노렸다고 할 만하다.

존 매케인 공화당 대통령 후보와 부인 신디가 26일 오하이오주 자네스빌에서 열린 유세 도중 아기를 안아주고 있다. 매케인은 이날 아이오와오하이오주 2곳에서 유세를 벌였다. [자네스빌 AFP=연합뉴스]

선거 전문가들은 대체로 실제 투표에선 밴드왜건 효과보다 언더독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더 크다고 지적했다. 역대 대선의 경우 1996년 선거에선 언더독 효과가 두드러졌다. 당시 공화당 밥 돌 후보는 선거 막판 조사에서 민주당 빌 클린턴 후보에게 15%포인트 차 이상 뒤졌지만, 실제 투표에선 8% 차로 패배했다.

조지메이슨대 마크 로젤 교수는 “여론조사에 반영되지 못한 언더독 효과와 브래들리 효과(여론조사 때 흑인 후보에 대한 반감을 숨기는 현상)가 있어 실제 투표에선 오바마와 매케인의 격차가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지타운대 빅터 차 교수도 “일반적으로 1위 후보의 안정적인 우위가 지속될 경우 이들의 지지자는 투표장에 많이 나가지 않게 되고, 뒤지는 후보 지지자는 악착같이 투표하는 경향이 있다”며 언더독 효과 가능성에 손을 들어줬다. 아메리칸대 봉영식 교수는 “후보 간 차가 10%포인트를 넘을 경우 사표(死票) 방지 심리가 커져 밴드왜건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은 반면 한 자릿수 내 격차일 경우 언더독 효과가 유력해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오바마 후보는 27일(현지시간) 오하이오주 캔턴에서 ‘끝내기 연설(closing argument)’을 통해 “매케인은 그동안 나라를 위해 영예롭게 봉사했지만 이번 선거의 핵심 이슈인 경제 문제에서 매케인이 부시 대통령과 모든 행보를 같이했다는 점은 명백하다”고 말했다. 오바마는 “일주일 후면 우리는 월스트리트의 탐욕과 무책임이 낳은 정책들에 종지부를 찍고 새로운 장을 펼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워싱턴=김정욱 특파원

◆언더독(Underdog) 효과=‘경쟁에서 현저하게 뒤처지는 사람’(언더독)에게 동정표가 몰리는 현상. 48년 미 대선 때 유력 언론과 여론조사 기관의 예상에서 매우 뒤지던 해리 트루먼이 4.4%포인트 차이로 토머스 두이 후보를 물리치고 당선되자 언론들이 처음 이 말을 썼다.

◆밴드왜건(Bandwagon) 효과 =1848년 대선 때 출마한 자카리 테일러의 선거운동을 위해 당시 유명한 광대였던 댄 라이스가 악대를 동원해 요란한 음악으로 사람들을 모은 데서 유래됐다. ‘편승 효과’로도 불리며, 선두를 달리는 유력 후보에게 표가 몰리는 현상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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