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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안법 폐지 땐 나라 존립 위태로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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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최근 열린우리당의 17대 총선 의석 과반수 획득과 민주노동당의 의회 진출로 국가보안법의 폐지 내지 개정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다수결의 원칙을 존중해 물리적 저지는 없을 것이라고 이미 천명한 바 있어 실제로 양당에서 국가보안법을 개정 또는 폐지하고자 한다면 그렇게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대규모 군사훈련과 대남 적화노선은 달라진 게 없고, 최근의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 그리고 서해교전 등을 고려해 볼 때 국가보안법 폐지는 국가존립을 위태롭게 할 것으로 본다. 남북이 휴전선을 마주하고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우리의 특수한 상황하에서 우리나라의 안보를 위해 국가보안법은 반국가활동을 규제함으로써 국가의 안전과 국민의 생존 및 자유를 확보하기 위해 필요하다.

국가보안법의 폐지를 주장하는 측이 제기하는 첫 쟁점은 반국가단체 조항이다. 국가보안법 제2조는 정부를 참칭하거나 국가를 변란할 것을 목적으로 하는 국내외의 결사 또는 집단으로서 지휘통솔체제를 갖춘 체제를 '반국가단체'라고 하는데 이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1991년 남북이 유엔에 동시가입해 유엔이 북한을 주권국가로 인정했는데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보는 것은 문제이므로 폐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볼 수 있는 조항이 문제라고 하나 이 조항은 실질적으로 북한만을 반국가단체로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지도 않고 북한만이 유일한 반국가단체일 수도 없다고 해석된다.

형법 제102조에서 북한을 준적국(準敵國)으로 규정하고 있어 국가보안법의 반국가단체 규정이 없어도 북한과 관련한 범죄를 형법으로 처벌할 수도 있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형법 제102조는 '대한민국에 적대하는 외국 또는 외국인의 단체는 적국으로 간주한다'고 돼 있다. 우리 헌법이 북한을 우리의 영토로 규정하는 한 북한은 외국 또는 외국인단체가 아니다.

따라서 북한을 위한 간첩행위에 대해서는 국가보안법 외에 형법의 간첩죄를 적용할 수는 없다. 북한이 이념적.군사적 대치상황하에 있는 한 우리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활동을 처벌하기 위해서는 국가보안법상의 반국가단체에 관한 법적근거가 필요한 것이다.

또한 제7조 찬양고무죄는 자의적 인권침해 가능성이 있고, 제10조 불고지죄는 반인륜적 조항이므로 폐지돼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1991년의 보안법 개정에서 찬양고무죄를 확대 해석하지 못하도록 목적범으로 제한했고, 불고지죄도 친족관계에 있을 때는 감경 또는 면제하도록 했으나 재차 인권문제 등이 거론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철저한 공론화 과정을 통해 전향적인 검토는 하되 폐지는 불가하다. 왜냐하면 광화문에 인공기가 휘날리고, 남파간첩이 자유롭게 친족집에 은신할 때 우리 사회는 무서운 위협에 처할 것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가장 큰 문제는 국가보안법에 대한 폐지 혹은 개정 논란이 북한의 민주화라는 근본적인 변화를 확인하지 않고 시대가 변했다, 냉전적이다, 협상에 지장이 된다는 감상적 주장만으로 이뤄져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공산당의 전략은 타담담타(打談談打), 담담타타(談談打打)이다. 즉 때리고, 회담하고, 회담하고, 때리고, 회담하고, 회담하고, 때리고, 때린다는 것이다.

헌법에서 규정한 민주통일 원칙에 비추어 북한의 실체가 과연 민주화의 길을 걷고 있느냐 아니면 요지부동이냐 하는 근본적인 상황판단에 따라서 국가보안법 규정의 구체적인 변화의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본다. 그러한 북한 민주화에 대한 상황판단의 기준은 공산주의 노선의 변화와 함께 핵무기 포기, 군축회담의 성사, 개방과 남북 간의 자유왕래, 경협강화와 인권 개선 등이 될 것이다.

김용균 한나라당 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