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췬 오췬 하라쇼”(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아요!) 22일 경북 포항 북부해수욕장에서 열린 포항요트대회에서 ORC클래스 1위를 차지한 우승팀 ‘포춘(Fortune)’의 소감이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가운데 이날 오후 1시부터 시작된 포항요트대회는 북부해수욕장 앞바다 삼각 코스를 도는 경기로 두 시간 남짓 소요됐다.
-프로필은?
“‘포춘’은 러시아 국적 요트의 애칭이자 팀명이다. 나를 포함해 아센(43) 알렌산드르(44) 그리고리(20) 드미트리1(19) 드미트리2(18)등 총 6명이 탄다. 선체의 길이는 12.1m, 높이는 16m다.”
-자기 소개를 해달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에서 개인 사업을 하고 있다. 어릴 때 범선을 탄 기억이 있는데 아마 그때부터 요트와 친해진 것 같다. 사업은 사업대로, 요트는 요트대로 내 인생이 됐다.”
-‘포츈’에 담긴 의미는?
“‘부(富)’ 보다는 운 또는 행운, 운명의 여신 정도로 해석하는 것이 맞다. 우리는 항해할 때 ‘바다의 행운’이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요트 경기를 할 땐 1등을 할지, 꼴등을 할지 아무도 모른다. 단지 시합 때마다 행운이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렇게 지었다.”
지난 22일 경북 포항 북부해수욕장에서 열린 포항요트대회에서 ORC클래스 1위를 차지한 우승팀 ‘포춘(Fortune)’이 요트 안에서 트로피를 들고 환호하고 있다.
“2년 전 내가 이 요트를 구입하게 됐다. 세미레이싱 스타일의 이 요트는 2006년 프랑스에서 제작됐고 가격은 4~5억 정도 할 것이다. 우리 친구들은 동호회 ‘세븐피트’에서 만났다. 모두 요트에 빠진 사람들이었게 때문에 나이와 직업은 상관 없었다.”
-‘포츈’은 포항까지 어떻게 왔나?
“우리의 근거지는 블라디보스톡이다. 이번 경기를 위해 2박 3일 일정으로 왔다. 거리로 따지면 19마일 정도다. 오는데 힘들지는 않았다. 이 정도면 단거리다. 우리는 보통 길게는 500마일까지 여행한다. 3일간 식량으로 통조림, 건조식품 등을 싣고 왔다.”
-포항까지 오면서 있었던 에피소드는?
-요트에서 장기간 있으면 심심하지 않나?
“그렇지 않다. 일단 요트를 정비하는 일로 꽤나 바쁘다. 선박이나 돛, 엔진 등에 이상이 없는지 기상은 어떤지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그 이후엔 책도 읽고 카드게임도 하고 요리도 하면서 즐긴다.”
-장정 6명이 함께 자기에는 요트 안이 좁지 않나?
“글쎄, 좁다는건 느끼지 못했다. 로테이션으로 24시간 3교대를 하기 때문이다. 2명이 갑판에 올라가 바람을 느끼며 돛으로 항로를 잡는다. 나머지 4명은 잠을 자거나 휴식을 취한다. 항해를 하는데 별 무리가 없다고 판단되면 자동항법장치를 켜두기도 한다.”
-요트 탈 때 특별한 징크스가 있나?
“항상 즐거운 마음으로 타기 때문에 별다른 징크스는 없다. 요트를 타다 다치면 보통 ‘재수가 없다’고 하는데 우리는 그렇지 않다. 다치면 ‘아, 다쳤구나’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국제 대회는 2년간 총 몇 회나 나갔나?
“한국엔 이번이 4번째다. 지난해 11월 경남 통영에서 열린 ‘제 1회 이순신 장군배 요트 레이스’에서 3등을 했다. 여수 국제요트대회 등에도 참가해 레이스를 펼쳤다. 러시아나 일본 등에서 열리는 대회도 종종 참가한다.”
-대회에 출전할 때마다 드는 비용은 누가 부담하나?
“나라별로, 팀별로 다르지만 ‘포춘’에선 내가 부담한다. 내 친구들은 나와 즐기기만 하면 된다.”
-앞으로의 계획은?
“다음에 한국에 올 땐 좀더 다양한 코스를 거쳐 오고 싶다. 블라디보스톡에서 강릉, 속초, 삼척, 포항, 부산, 탄도 등을 거치면서 다양한 항로를 익히고 싶다. 그때를 기약하며 작별하자. “우라!”(화이팅!)”
포항=글ㆍ사진 이지은 기자
[J-HOT]
▶ '미래에셋' 박현주 "지금 100년에 한번 있을 투자기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