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그늘 … 안타까운 생계범죄 … 과일·구리선·어패류까지 절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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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일 오후 11시쯤 서울 관악경찰서에 주부 김모(51·신림동)씨가 붙잡혀 왔다. 동네 수퍼마켓에서 포도와 토마토를 훔치다 주인에게 들킨 것이다. 4만원어치였다. 김씨는 “생활이 어려워서 그랬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경찰은 김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불황의 그늘이 드리우고 있다. 1990년대 후반 IMF 때보다 서민경제가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목소리 속에 생계형 범죄가 증가하고 있다. 경제적 이유로 세상을 등지는 사례도 생겨난다.

◆생계형 범죄 증가= 22일 울산에서 자신이 일하던 직장의 공사장에 작업복을 입고 들어가 구리전선 12m를 훔친 혐의로 김모(42)씨가 검거됐다. 다른 직장을 구하지 못한 그가 훔친 구리선은 12만원어치였다.

서울 방학동에 사는 주부 차모(40)씨는 24일 대형 마트에서 코트를 훔치다 CCTV에 포착됐다. 차씨는 경찰에서 “일감이 전혀 없는 남편에게 코트 사달란 말을 못해 훔쳤다”며 울먹였다.

기름값 인상으로 출어를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던 어촌에서도 생계형 범죄가 늘고 있다. 전남 완도군에 사는 최모(24)씨는 친구들과 함께 전복을 훔치다 최근 검거됐다. 최씨는 “아르바이트도 구할 수 없어 ‘용돈이나 벌자’는 마음에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5개월에 걸쳐 5000만원 상당의 전복을 훔쳤다. 경찰 관계자는 “소규모 어패류 절도가 크게 늘고 있다”고 밝혔다.

해양경찰청이 국회 국토해양위 신영수(한나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남의 어선에서 기름을 빼내 자신이 쓰거나 판매한 유류 절도 혐의로 적발된 경우가 지난해 한 해 동안 5건에서 올 8월까지 12건으로 늘었다. 6건이던 선박 절도도 올 상반기에만 15건이 발생했다. 면세유를 받아다 중간 상인에게 넘기는 등 횡령 혐의로 적발된 건수도 지난해 644건에서 올 8월까지 1788건으로 대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관계자는 “생계형 범죄가 늘고 있다. 반지하같이 서민이 많이 사는 곳에서 일어나는 절도도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가 폭락에 극단적 선택= 23일 주부 신모(27·신림동)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작은 사업을 하던 신씨의 남편은 경기 침체로 부도를 냈다. ‘만회하겠다’며 사채 4000만원을 끌어다 썼지만 이마저 날렸다. 신씨는 사채 빚 때문에 고민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9일 서울대 인근 모텔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된 K증권 강남지역 지점 직원 유모(32)씨는 경찰 조사 결과 팔아달라는 고객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투자를 했다가 1800만원을 까먹은 뒤 고민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주식이 폭락해 큰 손해를 본 투자자들의 자살도 잇따르고 있다. 25일 오후 9시10분쯤 광주시에 사는 황모(47)씨가 아파트 화장실에서 목을 매 숨졌다. 황씨는 종신보험과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받아 3억7000만원을 주식에 투자했지만 주가 폭락으로 큰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25일 오후 3시쯤에는 부산의 등산로 인근에 주차 중이던 김모(66)씨의 승용차 안에서 김씨가 숨진 채로 발견됐다. 김씨의 집에선 부인 이모(60)씨가 수면제를 먹고 자살을 시도했다. 김씨 부부는 지난해 10월께 증권사로부터 1억원을 대출받는 등 1억3000만원으로 주식 투자를 하던 중 주가가 폭락하면서 투자액의 대부분을 손해 보자 비관해 온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경제 침체가 심각해지면서 자살이 늘고 있다. 평소 우울증이 있는 사람들이 경제위기가 다가오자 견디지 못하고 죽음을 택하는 사례가 많다”고 전했다.

이충형·한은화·정선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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