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우린 절대 예쁜 척 하지 않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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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규칙. 절대 예쁜 척하지 않는다. 절대 약한 척하지 않는다. 절대 똑똑한 척하지 않는다."

예쁘다는 말을 듣기 싫은 여자가 어디 있을까. 그러나 여기 예쁜 척 하기를 거부한 여자들이 있다.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여성다움은 내숭이고 가식이라는 것이다. 대신 씩씩하고 털털하게 놀기를 즐긴다.

KBS-2TV의 오락 프로그램 '일요일은 101%'(일요일 저녁 5시50분) 중 '여걸 파이브' 코너에 나오는 다섯명의 여자가 그들이다. 이경실(左).조혜련(右).정선희 등 개그우먼 3인방에 아나운서 강수정과 핑클의 옥주현이 가세했다.

'여걸 파이브'의 컨셉트를 한마디로 하면 무지하게 망가지는 모습으로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주는 것이다. 방송이 시작되면 이른바 여걸들은 주제에 맞는 단어를 말하는 '랩 배틀, 빨리 말해'게임을 펼친다. 게임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랩 박자에 맞춰 힙합인지 막춤인지 모를 정도로 몸을 사정없이 흔들어댄다.

두번째 게임인 '아름다운 만남'에선 매주 잘생긴 남자 스타를 한명씩 불러내 문제풀이를 한다. 여걸들이 말도 안 되는 그림을 그려놓으면 남자 출연자가 그림에 해당하는 단어를 맞힌다. 답이 틀리면 마른 하늘에 난데없는 폭우가 쏟아진다. 우산은 있지만 하나가 모자라기 때문에 한사람은 '물에 빠진 생쥐'꼴이 돼야 한다. 분위기를 이끌어 나가는 것은 역시 개그우먼 3인방이다. 이들은 남자 출연자에게 달려가 안기기도 하고, 정신없는 토크로 남자 출연자의 혼을 빼놓는다. 강수정.옥주현은 아직 보조를 맞추는 수준이다.

조혜련은 "'아름다운 만남'은 여자들이 잘생긴 남자를 데려다 놓고 갖고 노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며 "남편은 내가 사심이 없는 것을 아니까 괜찮다고 한다"고 말했다. 강수정은 "사실 오락 프로그램에서 이미지가 굳어지면 뉴스 앵커를 하기 어렵기 때문에 갈등을 많이 했다"며 "지금까지 얌전한 아나운서 이미지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려 애쓰고 있다"고 털어놨다.

연출자 최재형 PD는 "솔직히 유명 남자 MC들의 섭외가 어려워 여자들로만 코너를 꾸며봤다"며 "시작한 지 한달 정도 됐는데 반응이 기대 이상으로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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