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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상반기 알짜 매물 쏟아진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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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호 26면

경제 침체가 장기화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해지면서 부동산 경매 시장이 위기 속 기회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과거 외환위기 이후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경매 물건을 낚았던 사람들은 앞으로 이어질 대박 장을 잔뜩 기대하는 눈치다. 실제 2~3회 유찰 물건은 부동산 호황기에 비해 크게 증가한 반면 경매 참가자는 오히려 줄었다. 낮은 경쟁률로 알짜 부동산을 취득할 기회가 많아진 것이다.

‘불황 속 기회의 시장’ 부동산 경매

경매 물건은 경기가 침체해 개인이나 기업의 자금사정이 나빠지는 시점에서 6개월~2년 후에 늘어나는 후행 경향이 있다. 국가의 힘을 빌려 빚잔치를 하는 데 그만한 시일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때 이런 경향이 뚜렷했다. 경매 물건은 97년 신청 기준으로 5만7197건에서 98년 13만1125건으로 129.3% 증가했다. 그 뒤 조금씩 줄긴 했으나 99년(11만1406건)과 2000년(9만121건)에도 경매 물건이 계속 쏟아졌다.

법원 경매 부동산의 등기부와 법원조사서에는 슬픈 사연이 담겨 있다. 빚을 갚지 못해 벼랑 끝까지 몰린 주인의 안타까움, 법을 몰라 보증금을 잃은 세입자의 눈물, 공사비를 받지 못한 사업자의 분노가 배어 있다. 경매 부동산은 한때 ‘재수 없는 건물’ ‘나쁜 터’로 인식됐고 경매 법원은 조폭이나 브로커가 활개 치는 곳이었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경매 법원은 부동산중개업소처럼 아줌마 부대와 전문지식으로 무장한 투자자가 편하게 드나드는 곳으로 변했다. 입찰자를 위한 금융과 법률 서비스가 발달하고 교육 프로그램과 입문서적이 쏟아졌다. 경매는 4~5년 전부터 부실을 재처리하는 세련된 공정이자 위험을 감수하고 고수익을 얻을 수 있는 재테크 시장으로 인식되고 있다.
 
연립·다세대 열기도 식어
부동산 침체가 먼저 찾아온 서울 강남 등 버블 세븐 지역부터 경매 물건이 늘기 시작했다. 이 지역에서 경매가 진행된 아파트의 경우 올해 2~5월 월200가구 미만이었으나 6~8월에는 200가구, 9월부터는 300가구를 돌파했다. 고가 물건, 2~3회 유찰 물건이 크게 늘어난 곳도 버블 세븐 지역이다.

법원 경매 물건은 한 번 유찰되면 보통 20%씩 가격이 떨어진다. 최저가는 감정가의 100%에서 80%, 64%, 51% 순으로 계속 낮아진다. 결국 세 번 유찰되면 감정가의 절반으로 가격이 떨어지는 셈이다. 과거 경매 물건은 한두 번 유찰 끝에 낙찰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최근에는 권리 하자나 낙찰금액 이외에 추가로 인수해야 할 부담이 없는 부동산인데도 세 번 유찰되는 경우가 눈에 띄게 늘었다. 지지옥션 강은 실장은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이 70%를 밑돈 아파트 물건이 지난달 강남·송파·서초구와 양천구 목동에서 동시에 나왔다는 것은 경매시장에서 의미 있는 사건”이라고 말했다.

상반기까지 주택 가격이 상승세를 탄 강북 지역의 경우 경매에 들어갈 뻔한 물건들이 일반시장에서 소화돼 경매 물건 증가로 이어지진 않았다.

그러나 하반기 들어 강북까지 침체 대열에 합류하면서 이 지역 경매 물건도 내년 상반기께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법무법인 산하 강은현 실장은 “최근의 경기 침체를 반영한 경매 물건은 내년 3~6월에 집중적으로 쏟아질 공산이 크다”며 “전문 투자자들은 내년 봄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 연립·다세대 주택은 뉴타운 바람을 타고 지난 3~8월 낙찰가율이 110~120%에 달할 정도로 달아올랐다. 그러나 9월 들어 열기가 식기 시작해 낙찰가율이 97.8%로 하락했다. 매매 시장이 얼어붙어 투자금 회수가 힘들어지자 경매 투자자 역시 신중해진 것이다.

현장 분위기도 하반기 들어 다소 바뀌었다. 입찰자가 전체적으로 줄어드는 가운데 실수요자의 발길이 뜸해졌다. 한 경매 전문가는 “경매시장에서 ‘아줌마’로 통하는 실수요자가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실수요자는 시세보다 5%만 싸도 낙찰을 받으려는 사람이다. 낙찰 물건을 팔아 차익을 챙기려는 전문 투자자 입장에서 5%는 각종 수수료와 금융비용을 빼고 나면 남는 게 없다. 실수요자가 많으면 경쟁이 치열해져 수익률이 낮아진다. 이럴 때 전문가들은 실수요자나 초보자가 건드리지 않는 유치권·지분·재경매·지상권 등 특수 물건에 매달렸다. 외환위기 때부터 경매 시장에 투자해온 GMRC 우형달 사장은 “고가 아파트의 경우 하락폭이 크고 경쟁이 덜하므로 실수요자라면 지금부터 지켜보다가 내년 상반기에 들어가볼 만하다”고 말했다.

감정가 믿지 말고 시세 파악
경매 물건의 감정가는 법원의 명령에 따라 감정평가법인이 산정한 가격이다. 공신력 있는 평가법인이 산정하지만 감정하는 법인과 감정 시점에 따라 차이가 있다. 시세보다 더 높을 수도 있고 낮을 수도 있다. 따라서 법원 감정가를 너무 믿어서는 안 된다. 가격평가 후 첫 입찰에 오르기까지 4~8개월 이상 걸린다. 요즘처럼 가격이 하락하는 시기에는 감정가가 터무니없이 높게 마련이다. 감정가 대비 64%, 51%라고 해도 시세와 큰 차이가 없을 수 있다.

경매는 시세 파악이 관건이다. 주변 개발 호재나 지역경제 여건 등을 바탕으로 앞으로 가격이 오를 것인지, 떨어질 것인지도 판단해야 한다. 단지 감정가보다 싸다는 이유만으로 응찰가격을 정하지 말고 반드시 현장답사를 통해 현재의 가격과 미래 가치를 판단해야 한다는 얘기다. 부동산 주변의 여러 중개업소를 방문해 물건의 주인이 됐다고 가정하고 팔 때와 살 때의 가격을 모두 파악하는 것이 요령이다. 하지만 불경기에는 거래가 뜸해 실제 시세 파악이 쉽지 않다. 급매물이 많다면 가격이 더 떨어질 수 있다. 급매물의 가격을 알아보고 예상 경매 낙찰가와 비슷하다면 급매물을 선택하는 것이 낫다. 급매물이 매매 절차가 간단하고 권리관계 역시 깨끗하기 때문이다. 굳이 위험 요소가 있는 경매를 택할 이유가 없다.

가격은 아파트의 경우 같은 동이더라도 위치에 따라 다르다. 똑같은 게 없다는 게 부동산의 특징이다. 상가나 오피스는 감정가가 시세의 3~5배 이상 매겨진 경우가 많다. 상가 지하층은 때때로 시세나 감정가가 무의미할 수 있다. 상권이 형성되지 않아 쓰레기장처럼 방치된 지하 상가가 흔하기 때문이다. 경매 물건을 시세보다 낮게 낙찰받더라도 낙찰자 손에 들어가기까지 입주자를 내보내거나 밀린 관리비를 내야 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추가 비용을 따져봐야 한다. 부동산 경기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불황기에는 추가 하락에 대비해 시세 대비 20~30% 싸게 응찰해 손실 위험을 줄이는 것이 좋다.

대출 여부 미리 점검
경락 잔금 대출은 주로 은행권을 제외한 보험사와 저축은행에서 받을 수 있다. 이들 금융권은 대개 낙찰가의 80%, 국민은행 시세의 60%까지 대출해주고 있다. 그러나 금융권은 신용경색으로 자금 사정이 나빠지자 대출을 아예 거부하거나 한도를 축소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에 따라 심사가 덜 까다로운 지방 소재 저축은행을 찾아 경락 잔금을 대출받는 낙찰자도 있다. 대출금리는 1년 전 연 6.5%에서 연 8~9%대로 껑충 뛰었다. 대출 여부를 사전에 꼼꼼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 또 단타 매매가 어려워졌으므로 장기간 돈이 묶일 경우에 대비해 금융비용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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