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딴따라'와 '스타'의 차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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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대중연예인들을 「딴따라」라고 부르며 폄하하던 시절이 있었다.
남들 앞에서 노래하고 춤추는 것을 광대짓거리라 하여 천히 여겨온 관습의 유산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영상문화시대가 활짝 열리면서 대중연예인들은 하루아침에 뭇사람들의 부러움을 사는 「스타」가 됐다.방송사 관계자들이 인기 탤런트.가수.개그맨.사회자를 모시기 위해 이들 앞에서 고개를 숙인지 오래다.이들의 일거수 일투족에 사람들은 환호하고 그들의 말 한마디는 웬만한 정치인보다 높은 영향력을 갖게됐다.
하지만 대중의 신뢰와 지지를 바탕으로 생겨난 이런 인기는 그자신에 대한 인기가 아니라 그가 만들어낸 이미지에 대한 인기라는 점에서 허상(虛像)인 경우가 태반이다.
그럼에도 허상과 자신을 동일시하고 높아진 사회적 위치에 따르는 책임 대신 개인적 이득만 취하려는 연예인들이 적지 않아 그를 좋아하는 많은 사람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최근 심장병어린이돕기 성금 일부를 유용한 혐의로 물의를 빚고있는 「뽀빠이」 이상룡(李相瀧)씨나 마을 경로잔치에서 과대 약선전으로 구설수에 오른 원로 연예인 송해(宋海)씨는 대표적 사례로 꼽을만 하다.두 사람은 그동안 이미지가 아 주 좋은 대표적인 연예인이었다.
李씨는 처음 입장을 해명하는 자리에서 『초상권을 빌려주는 대가로 생각했다』고 말했다.하지만 사람들은 인간 이상룡이 아닌 「좋은 일 하는 뽀빠이」에게 푼돈을 모아 보낸 것이라는 사실을李씨는 잊어버렸던 것이 아닐까.20년 가까이 심 장병 어린이 돕기 운동을 벌이며 흔치 않은 미담의 주인공이었던 李씨는 결과적으로 지금까지 공들인 탑을 스스로 무너뜨려버렸다.
방송사간 사회자 흠집내기의 희생양이 됐다는 송해씨의 경우도 크게 다를 바 없다.노인들 앞에서 『저도 사정사정해야 구할 수있는 약』이라고 해놓고 나중에 『그것이 약인지 차인지,8만원인지 26만원인지도 나는 모르는 일』이라고 말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 일을 하게 된 것이 『가난한 연예계의 선후배들을 도와주기위한 것』인지 또는 밝히기 힘든 이유가 있는 것인지 모르겠지만엉겁결에 약을 사겠다고 손을 든 노인들은 『송해가 저렇게 권하니 좋은 약인가보다』라는 생각이 앞섰을 것이다 .요즘 각 자선단체에는 지원의 손길이 뚝 끊겼다고 한다.올겨울 이들이 맞게 될 쓸쓸함도 낮아지는 수은주에 비례할 것이다.더 큰 문제는 대중연예인들을 마음속 우상으로 삼아온 소시민들이 느낄 허전함과 배신감이다.이들에게서 결국 얻게 되 는 것이 사회와 인간에 대한 불신이라면 그 책임은 당사자들이 질 수밖에 없다.
정형모 대중문화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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