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도서관에 메뚜기 득실" 취업난속 자조적 은어 유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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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도서관에 메뚜기.두꺼비.사마귀가 득시글거린다.』 대학가에 불경기속의 취업난과 고시열풍을 반영하는 자조섞인 은어가 유행하고 있다.70,80년대 「교투(교내시위)」「가투(가두시위)」등투쟁적 표현 일색이었던 대학가 은어가 도서관 풍속도 위주로 바뀐 것이다.
서울대 교내신문인 대학신문 11일자에 따르면 「메뚜기」는 미처 자리를 못잡아 빈 책상 여기저기 찾아다니며 공부하는 학생.
「두꺼비」는 임자가 있건 말건 빈 자리 아무곳에나 가서 엎어져자는 사람을 말한다.자는 사람이 여학생이면 차마 깨울 수 없기때문에 학생들이 가장 경계하는 대상이다.
메뚜기인듯 싶은 사람에게 다가가 『제 자리인데요』라며 자리를빼앗는 얌체족은 「사마귀」로 비유된다.아침 일찍 「도서관에 자리를 잡아주는 기둥서방(남자친구)」을 줄인 「도자기」도 뺄 수없다. 학교 곳곳의 특색있는 장소도 은어의 단골 소재.서울대의경우 벽면이 유리로 돼 안이 훤히 비치는 도서관 제1열람실은 「수족관」으로 불린다.또 학생회관쪽 계단부근은 줄줄이 늘어앉은사람들이 참새처럼 앉아 잡담하는 장소라고 「빨랫줄」 로,도서관옆 잔디밭은 지나가는 사람들을 쳐다보며 하릴없이 뒹구는 사람이많다는 데서 「백수광장」으로 통한다.이밖에 학교앞을 흐르는 도림천변을 의미하는 「리버사이드」를 경계로 관악산쪽은 「강북」,맞은편은 「강남」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
서울대 대학원생 田상우(건축학.30)씨는 『학생들이 관심을 가지는 영역에 따라 은어의 소재도 바뀌는 것 같다』며 『독특한표현이 재미있긴 하지만 취업과 고시에 짓눌리는 요즘 대학생들의모습이 안쓰럽기도 하다』고 말했다.

<나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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