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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국 自社프로 홍보 위험수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6면

『시청률만 끌어올릴 수 있다면….』 이득렬사장 취임이후 면모일신에 나선 MBC는 가을개편에서 시트콤 편성,뉴스 진행자 대거 교체등 「내부개혁」을 단행해 모처럼 변화의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최근 MBC의 지나친 자사 프로 홍보사례를 보고 있자면시청자를 의식하지 않고 시청률에만 매달리고 있다는 생각을 떨칠수 없다.
MC 임백천과 개그맨 이경규가 진행하는 생방송 『좋은 밤입니다』(연출 김승환.월 밤11시)가 극명한 사례다.다양하고 깊이있는 정보전달을 목표로 시작된 『좋은 밤입니다』는 우선 흥미와눈길끌기에서는 일단 성공한 듯하다.그러나 이면을 따져보면 낯뜨거울 정도로 자사 프로 홍보로 일관했다는 지적을 면키 어렵다.
3회동안 방송된 9개 코너중 7개 코너에서 자사 주력 드라마와라디오 프로.시트콤등의 홍보에 치중했기 때문이다.
첫회에선 불륜조장 드라마라는 논란을 일으킨 『애인』의 주인공유동근과 황신혜를 초청,시청자 전화여론조사까지 벌였다.시청률에목말라하던 MBC로선 가뭄속 단비인 『애인』을 이미지 쇄신에 최대한 활용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MC 이문세 의 『별이 빛나는 밤에』의 생방송 장면도 장시간 소개됐고,대회도 치르기 전에특정 신인탤런트 후보들이 불려나온 것도 모양새가 좋지 않았다.
지난주엔 새 사극 『미망』의 여주인공 채시라를 출연시켜 주요장면을 보여주며 『기대가 크다』는등 자화자찬에 열을 올렸다.채시라는 아역이 끝나는 12월께에야 얼굴을 내민다.
세번째 시간인 4일 밤에는 자극적인 폭력장면으로 방송위원회로부터 경고를 받은 특별기획드라마 『화려한 휴가』의 두 주인공인최재성과 유인촌이 역시 「예상대로」 초대됐다.불과 1시간전에 방송된 극중 폭력배들의 난투극 장면도 다시 내보 냈다.또한 『MBC 드라마 「애인」을 기억해달라』고 주문하듯 불쑥 한 가수의 신곡 『애인』을 들려주었다.
녹화현장을 소개한다면서 MBC 일일청춘시트콤 『남자 셋 여자셋』의 대본연습장(녹화는 목요일)을 찾아가 연출자와 출연진의 인터뷰를 내보낸 것도 속보이는 처사였다.지석원 예능2팀장은 이와관련,『오해와 비판의 소지가 있다』고 인정하면 서 『다음회부터 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에도 MBC는 뉴스나 시사 교양프로 시간에까지 드라마와 오락물의 홍보성 리포트를 내보내 비난을 사기도 했다.고무줄처럼늘어났던 『애인』,조기종영된 『동기간』,조기종영설에 시달리는 『가슴을 열어라』등 시청률의 사슬에 얽매이는 듯 한 많은 사례들을 보면서 전파낭비.시청자 주권등의 단어를 떠올렸다면 기자의단견일까.
연예와 문화현장은 MBC 내부에만 있는게 아니다.대학로.예술의전당등 더 열린 공간의 더 다양한 정보를 시청자에게 전해주면어떨까.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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