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로산다>미국 인텔社 최고경영자 앤디 그로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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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미국 인텔사의 최고경영자 앤디 그로브는 실리콘밸리에서 첫손가락에 꼽는 「악바리 경영자」다.금년으로 만 60세,그러나 갈수록젊어지고 있다.젊었을 때 그는 억센 헝가리 억양에다 굵은테 안경을 써 나이보다 늙어보였다.지금은 콘텍트렌즈를 끼고 자전거 바이킹으로 몸을 늘씬하게 다지고 있다.
인텔의 지난해 매상고는 1백60억달러,미국 하이테크업계에서 가장 지속적으로 이윤율이 높은 기업이다.
세계PC의 85%는 인텔의 마이크로프로세서 칩으로 움직여진다.PC 본체앞에는 으레 「인텔 인사이드」가 붙는다.거꾸로 「인사이드 인텔」은 곧 그로브로 통한다.그의 사무실은 비서가 사용하는 방보다 조금 크다.
인텔의 주차장은 선착순이다.차를 몰고나와 주차할 곳을 찾지 못하면서도 이런 마음고생을 마다않는다.
그의 마음은 더욱 젊다.그는 「지금도 배우고 있다」를 좌우명으로 내세운다.마음과 몸을 젊게 하면서 「사업본능」을 더욱 뾰족하게 다듬는다.
최고경영자는 그 기업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를 배우고 또 배워 중대한 변화들을 미리 경고하고 예고해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미친듯 집착한 자만이 살아남는다(Only The Paranoid Survive)」는 그의 모토인 동시에 지난 9월 그가펴낸 저서의 타이틀이다.기업환경의 격변을 그는 마이클 포터교수(하버드경영대학원)의 「10×」개념을 빌려 설명 한다.기업계에는 크고 작은 바람들이 잘 날 없다.그냥 스쳐가는 바람들도 많지만 어떤 것은 태풍으로 돌변하며 기존의 비즈니스 구도를 송두리째 뒤엎어놓는다.이 힘이 「10×」 곧 「곱하기 10」이다.
「전략적 굴곡점」으로도 부른다.
미국 소도시에 파고든 유통체인 월 마트가 기존 소매상들을 황폐화시키고 시어스등 거대 유통제국까지 넘어뜨린 힘이다.실바람이 태풍으로 변하는 과정은 카오스다.
바로 직전까지도 예측을 못한다.그 낌새를 미리 알아차리는 능력이 문제다.
한가지 요령으로 중간간부들에게 끊임없이 「귀를 땅에서 떼지 않도록」경각심을 일깨우라고 그는 권한다.고객들의 사소한 불평,제품제조과정에서의 조그만 누수현상,종업원들의 불평과 루머등 나쁜 뉴스들을 지나쳐 버리지 말라는 권고다.
안개자욱한 새벽길을 운전할때 앞차의 꽁무니 불빛을 따라가는 것은 어렵지 않다.갑자기 시야에서 앞차가 사라졌을 때가 문제다. 앞으로 인터넷이 PC산업을 뒤엎는 「10×」가 되지 않겠느냐는 물음에 『도리어 PC붐을 영구히 지속시킬 것이며 미디어와광고산업을 흔들어놓게 될 것』으로 그는 내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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