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挑戰도 핫이슈도 없는 '싱거운 싸움'-오늘 미국 大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일기 예보에 따르면 선거 날의 워싱턴 지역은 구름이 낀 가운데 간간이 해가 나는,예년과 비슷한 기온의 날씨가 되리라 한다. 대통령 선거는 날씨와 같아서 단기간에는 예상치 못한 기상 변화가 있을 수 있다.그러나 마치 8월에 눈이 내릴 리 없고 푸른 하늘에서 우박이 떨어질 일이 없듯,이번 선거는 근본적인 기후 패턴을 결코 벗어나지 않으리라는 게 요즘 워싱 턴 정가의「선거 예보」다.클린턴 행정부에 공화당 의회라는 지금의 구도가그대로 가리라는 것이다.예보 확률은 99.9%.
유세가 이제 끝나가고 머지 않아 클린턴의 2기 집권이 시작되겠지만 별다른 기상 변화는 예상할 수 없고 이렇다할 이슈도 없이 싱겁기까지 한 선거가 미국의 96년 선거다.
냉전 시대가 끝난 후 유난히 세계 각국의 선거가 많았던 올해,러시아.일본등 주요국의 선거는 모두 세계적 관심을 끌었다.옛소련 붕괴 이후의 러시아 선거는 과거로의 회귀냐 아니냐를 놓고,이른바 「전후(戰後) 가장 심각한 구조적 위기 」 속에서 벌어진 일본 총선은 보수.개혁 세력의 향배를 놓고 여러 이슈들이불거져 나왔다.
그에 비하면 이번 미국의 선거는 「도전다운 도전이 없었던 무덤덤한 선거」로 특징지을만 하다.대내적으로는 러시아나 일본에서와 같은 대결 구도가 없고,대외적으로는 냉전 시대의 대결 구도도 사라져버린 상태에서 치러진 선거다.
세금.교육.의료보장.환경등 「미국인들끼리의」 문제를 놓고 클린턴과 도울 진영이 논쟁을 벌였지만 도울측은 정책 차별화에 실패,되레 클린턴 행정부의 현 정책 방향을 굳혀주는데 기여했을 뿐이다. 대외적인 문제는 선거기간 내내 주된 이슈로 다뤄지지조차 않았다.
선거 막판에 가장 큰 이슈라고 해야 인도네시아 리포 그룹의 민주당에 대한 정치 헌금에서 비롯된 선거자금 시비였다.
세계가 미국의 선거를 주목한다면 특히 냉전 이후 미국의 역할과 비중 때문일 터인데,이렇다할 대내외적 도전이 없는 미국은 이번 선거기간 내내 국내 문제에만 주목해 「더 좋은 대안이 없는 현재 상태」에 대한 정치적 합의를 굳히는데 주 력한 셈이다.
워싱턴=김수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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