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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직불금 비공개 결정 … 감사위원들은 지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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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지난해 7월 26일 열린 감사위원회에서 쌀 직불금 감사 결과를 비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날 비공개 결정이 청와대의 지시에 의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당시 감사위원회 참석자는 모두 7명. 회의를 주재한 전윤철(69) 전 감사원장과 감사위원으로 ‘공개’ 의견을 주장한 양인석(52) 변호사를 전화 인터뷰했다.

도둑 100명 놓치더라도
무고한 사람 안 생겨야

 전윤철(사진) 전 감사원장은 22일 감사 논란이 증폭되는 것에 대해 “정치적인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마녀사냥을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정조사를 해봐도 더 나올 것이 없다”고 말했다.

-그동안 입장을 제대로 밝히지 않았는데.

“감사원 국정감사 때(17일) 국회의원들이 열람했던 감사위원회의 회의록에 나와 있는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공직 생활 기간 동안 원칙을 중시했는데 미치겠다, 답답하다, 억울하다.”

-감사위원회가 열리기 전에 대통령에게 보고한 것이 감사원의 독립성을 훼손한 것이란 지적이 있다.

-“(목소리를 높이며) 청와대와 ‘협조’한 것이다. 정책적인 문제를 감사할 경우 주무부처가 (감사의 지적사항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 기관 이기주의에 빠지기 쉬운데 대통령이 관계장관을 불러 놓고 지시하면 오히려 정책이 효율적으로 추진될 수 있다. 뭐가 나쁜지 모르겠다.”

-청와대 지시로 감사한 것에 문제는 없나.

“감사원이 원래 9월에 감사할 계획을 갖고 있었다. 청와대에서도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었으며 민원도 많이 들어왔다. 불이 났으면 우선 불부터 꺼야 하는 것 아니냐. 그래서 시기를 앞당긴 것인데 무슨 독립성·중립성 훼손이냐, 답답하다.”

-감사위원회에서 감사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는데.

“나도 처음에는 공개해 경종을 울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감사위원회에서 다른 입장이 나와 위원들이 논의한 끝에 비공개하기로 의결했다. 국회와 농림부에 결과를 통보해 제도 개선을 했다면 ‘공개’ 한 것이나 마찬가지 아닌가.”

-비공개를 결정한 결정적 이유는 무엇인가.

“100명의 도둑을 놓치더라도 한 명의 무고한 사람이 생겨나서는 안 된다. 전업농이 아닌 사람 가운데 직불금을 받은 사람이 17만 명인데 이들이 모두 부정 수급자는 아니다. 부정하게 받았을 가능성이 있을 뿐이다. 감사원 전 직원을 동원해 조사하더라도 17만 명을 조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김상우 기자



감사위원회 의결 전에
청와대 보고한 게 문제


 양인석(사진) 변호사는 “친정이 어려운 처지에 놓여 안됐지만 1년 이상 지난 시점에서 생각해도 ‘공개’가 옳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공개해야 하는 근거는 무엇인가.

“공개 안 하려면 특별한 사정이 있어야 한다. 공개할 수 없는 게 아니면 공개해야 한다.”

-주심인 박종구 감사위원이 비공개를 주장했는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이 사회적 이슈인 상황에서 공개할 경우 시끄러워질 것을 우려했다. 감사 결과가 기름 붓는 격이 될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특별한’ 사정이 되지 않는다.”

-2003년 이후 감사원이 11건을 비공개했는데.

“10건은 외교·안보 또는 기업의 비밀사항과 관련된 것으로 ‘특별한 사정’에 해당한다. 나머지 한 건이 바로 쌀 직불금 감사다.”

-감사원은 ‘감사원 훈령’에 “감사위원회의에서 비공개하도록 결정한다”는 것을 근거로 비공개할 수 있다고 하는데.

김황식 감사원장이 22일 서울 삼청동 감사원 대회의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앞서 인사를 하고 있다. 김 원장은 삭제된 쌀 직불금 부당 수령자 명단을 복구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감사원의 사무처리지침(훈령)에 불과하다. 정보공개법 등에 따라 공개하는 것이 원칙이다.”

-일부 위원의 반대가 있었는데도 왜 ‘비공개’ 결정이 났나.

“위원회는 다수결로 의결한다.”

-감사위원회가 열리기 전에 직불금의 실태를 알고 있었나.

“위원들은 위원회가 열리기 전에는 사무처에서 하는 일을 모른다. ”

-위원회가 감사 결과를 확정하기 전 감사원이 청와대에 보고한 것이 문제로 지적된다.

“감사위원회가 의결하기 전 직원들이 청와대에 왔다 갔다 하는 것은 잘못이다. 청와대의 압력이나 지시를 받아 감사원이 결정한 것으로 비칠 소지가 있다. ”

 -청와대에서 감사를 요청하는 것은 어떻게 생각하나.

“감사원법에는 국무총리가, 국회법에는 국회가 감사를 요청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국무총리의 상급 기관인 대통령이 직접 행사하는 것은 옳지 않다.”

김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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