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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週를열며>입체공간的 가족관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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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인간사회는 남녀로 이뤄진다.태어난 직후 아들과 딸로 가족을 이루며,지아비와 지어미가 돼 자식을 낳고 삶을 지속한다.종족에따라 남녀 비중을 달리해 독특한 문화를 형성해오고 있다.남녀가서로 갈등하며 대립하고 화합하는 문제는 인류가 존재하면서 애초에 생긴 일일 것이다.
선사시대에 인류는 모계사회였고,역사를 남기게 된 이후로는 부계사회로 바뀌었다.미래엔 환원해 모계사회로 돌아가리라 전망한다.원시사회는 혼거(混居)하여 모계 중심이 됐으니 주거 형태가 도시화되면 그도 그럴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고대에 혈거(穴居)생활을 했다.기와집을 짓고서도 안채와 바깥채를 독립해서 살고,안방과 사랑방이 여전하다.동굴에서 살아 우리의 초가집을 멀리서 보면 하나의 동굴이다.사납고 힘센 짐승과 외인의 침입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남자는 입구에 거처하고 아녀자는 가장 안전한 안구석에 거처했다.동굴속을 펼쳐 환경에 적응한 것이 우리의 전통가옥인 셈이다.
인간이 삶을 영위하는 공간은 평면이 아닌 입체다.남녀 대립은평면이지만 부부가 어울린 입체구조는 수직과 수평을 아우르고 있는 형태다.「아버지 날 낳으시고 어머니 날 기르시니 두 분 곧아니시면 이 몸이 살았을까」.한 생명을 낳는데 도 그 역할이 다르다. 길쌈하고 김매는 섬세한 일과 밭갈고 힘이 드는 일을 누가 더 잘 할 것인가.신체적으로도 남자는 짊어지고 여자는 머리에 이며,물에 빠졌을 때도 남자는 엎어지고 여자는 넘어진 자세로 물위에 뜬다.이런 현상처럼 남녀는 천존지비(天尊地卑 )양상과 같다는 의미이며 차별이 아니다.
남녀칠세부동석(男女七歲不同席)도 실상은 서로 내외시키는 게 아니다.일곱살이 되면 남녀의 성향이 뚜렷해져 남자는 혁대를 매고 남자답게,여자는 실띠를 두르고 여자답게 성장하도록 하기 위해 섞어 기르지 않는다는 말이다.고명딸이나 외동아 들의 중성화를 주변에서 얼마든지 볼 수 있다.
오늘날은 부부가 중심이 된 부부가족 시대가 돼 부모역할은 어느 때보다 절실해졌다.엄부자모(嚴父慈母)로서 자녀를 길러야 함이 더욱 필요해졌다.엄격함이란 멋대가리 없는 뻗댐이 아니라 자녀로 하여금 두려움을 갖게 하고 고독감과 원망스러 움을 낳게 해 사람을 믿지 않게 하는 심리를 갖게 하며,자애스러움이란 마마보이식으로 내안에 품는 것이 아니라 자녀에게 의뢰심을 갖게 해 겁이 나는 일을 마음 놓이게 해 책임을 저버리지 않는 심리를 갖게 하는 것이다.
오직 엄격함으로써 현실적인 어려움을 개발해가는 이성을 지닐 수 있으며,자애스러움으로써 친애함이 깊어져 서로 아낄줄 아는 감성이 붙어나 이지적이고 정감이 넘치는 넉넉한 자녀로 길러낼 수가 있는 것이다.
상고시대에 인류의 사상이 단순하고 생활이 단조로울 때도 부모를 신체적으로 봉양했는데 이는 천성에서 나오는 자연스런 현상이다.그때도 인류가 인생을 살았듯이 오늘날에도 우리가 인생을 사는 것에는 다름이 없다.이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이는 살림살이가 가난한 자가 아니다.마음이 가난해 인정이 그리운 자다.그들을 가리켜 홀아비.과부.고아.무의탁 노인네,그리고 병든 폐질자라고 한다.그들은 사람과의 만남이 어긋나 세상살이를 갖추지 못한 결핍된 사랑을 가진 자다.그들은 사람들로부터 무관심 속에서살고 무시당하며 살고 있어 너무 서럽다.
오늘날 전통적인 것들이 해체되는 과정속에서 큰 문제는 농부같이 씨뿌리고 김매고 수확을 일일이 손수하는 결과의 성취감을 느껴 만족감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상인과 같이 이익만을 챙기고 말아버리는 생각으로 세상을 살아가려는 경향이다.사 람이 서로 아끼는 마음에서 부족함을 메워주고 내 마음을 내어주는 마음을 갖는 대대(待對)관계로 살 때 평화가 오는 것이다.
徐坰遙 〈성균관大 유학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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