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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를움직이는사람들>35.아남그룹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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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김주진회장은 내 아들이기 이전에 창업동지다.』 92년1월 아남그룹의 창업자인 김향수(金向洙.84.명예회장) 당시 그룹회장은 계열사 사장단및 임직원들이 참석한 시무식에서 장남인 아남산업 김주진(金柱津.60)회장에게 총수자리 이양을 선언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아남은 金명예회장의 자녀 4남4녀중 네 아들과 맏사위가 경영에 관여하고 있다.창업자를 중심으로 이들 로열 패밀리가 합심해지금의 아남그룹을 키웠다.특히 반도체사업 초기부터 경영에 합류한 장남 주진씨의 역할이 컸다.
지난 70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의 빌라노바대 경제학 조교수로재직중이던 김주진씨는 갑자기 아버지의 부름을 받았다.부친이 경영하던 아남산업이 휘청거린다는 소식을 듣고 있던 金교수는 일본에서 만난 아버지가 손을 꼭 잡고 『중동전쟁때의 이스라엘과 아랍 청년들 얘기를 항상 귀담아 들어라』는 말을 할 때 가슴이 찡 울렸다고 전한다.
***네아들.맏사위 경영참여 아남은 53년 자전거 부품을 수입 판매하던 조그마한 무역회사로 출발했다.보릿고개 시절이었던 68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반도체 조립사업을 시작했으나 설비만 갖춰놓고 막상 일감을 확보하지 못해 70년 도산 위기까지 치달았었다. 金교수는 곧 6년간의 교편생활을 청산하고 명함을 아남산업 미국지사인 암코(AMKOR)사 사장으로 바꾸었다.
그는 곧바로 인텔등의 반도체업체를 대상으로 영업활동에 나섰다.아남이 국내 반도체 산업의 역군으로 서서히 자리매김하기 시작한 것은 이 무렵부터다.
아남그룹은 「로열 패밀리」와 「사장급 미국유학파」의 조화속에주요 정책을 결정한다.공식적인 의사기구로 분기마다 열리는 정례회장및 사장단 회의가 있지만 사안이 중요하거나 급할 때는 이들비공식 실세조직이 중심이 돼 움직인다.
로열 패밀리는 명예회장.그룹회장과 함께 김주채(金柱采.59.
차남)그룹 부회장겸 아남텔레콤 사장.김주천(金柱泉.50.3남)아남산업 부회장.황인길(黃仁吉.56.맏사위)아남산업 사장.김주호(金柱晧.43.4남)아남텔레콤 부사장등 6명.이 중 그룹회장.그룹 부회장.黃사장.김주호 부사장등 네 사람과 김무(金武.61.미국 팬아메리카대 화학과)아남반도체기술 사장.김화성(金和城.61.미국 트로이대 수학과)아남지오넷 사장은 모두 미국 유학파다. 제2창업의 기반이 되는 것으로 불리는 지난 6월의 「정보통신사업」,10월의 「비메모리 반도체 제조사업」에 진출한 것도 이들의 역할이 컸다.
92년 경영권을 물려받은 김주진 회장은 『항상 10년 앞을 내다보는 경영』을 강조한다.취임당시 97년 30대 그룹,2000년 10대 그룹 진입을 목표로한 청사진도 제시했다.요즘은 앞으로의 그룹 경영구도를 반도체,멀티미디어,정보통신 ,건설.환경,금융등 5개 소그룹군으로 나눌 것을 추진하고 있다.
金회장은 아남이 「빅(Big)컴퍼니」보다 「굿(Good)컴퍼니」가 되기를 원한다.남의 얘기를 많이 듣고 그 말이 옳다고 생각하면 서슴없이 동의하고 지원한다.특히 큰 결정에 앞서서는 로열 패밀리와 미국유학파들이 의논한다.
***자동화박사와 물박사 김주채 그룹 부회장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에서 화공학 박사를 딴 기술통.미국 듀폰사의 수석연구원으로 근무하다 74년 역시 부친의 부름을 받고 기술고문으로 회사경영에 뛰어들어 89년부터 현직을 맡고 있다.직원들은 그를 「자동화 박사」 라고 부른다.
김주천 아남산업 부회장은 「물박사」.미국 빌라노바대 화학과를졸업한뒤 86년 아남산업 상무로 입사해 반도체 제조공정에 없어서는 안될 물을 오랫동안 연구했다.폐수처리 전문업체인 동안엔지니어링 사장직도 겸하고 있다.아남산업보다 동안엔 지니어링쪽 업무를 많이 보고 있다.
황인길 아남산업 사장은 미국 와이오밍대 물리학 박사 출신.미국 콜로라도대에서 20년간 교수생활을 하다 89년 교수 안식년을 맞아 귀국해 아남산업 기술고문 부사장을 맡았다.쉬는 동안 집안 일 좀 도와달라는 가족들의 뜻이었으나 이후 계속 그룹 일을 맡게 됐고 92년 아남산업 사장으로 승진했다.黃사장과 더불어 아남그룹의 양대 핵심 브레인인 김무(金武) 아남반도체기술 사장은 金회장과 미국에서 만나 30년간 호형호제(呼兄呼弟)한 사이.미국에서 핵폐기물 처리 컨설팅 회사를 운영하다 85년 귀국해 아남호에 이사로 승선했고 94년 현재의 위치에 올라섰다.
그룹내에서 「아이디어맨」으로 불린다.
로열 패밀리와 미국유학파는 아니지만 정태홍(鄭泰鴻.61)아남건설 사장과 조석구(趙石九.58)아남전자 사장도 핵심 전문경영인. 鄭사장은 金회장과 경기고 동창으로 방대한 건설사업을 꼼꼼히 챙기고 있고,趙사장은 아남그룹의 재무관련 업무를 도맡아 처리해 온 경리통이다.두 사람 모두 20여년간 아남산업에 몸담아회장의 신임이 두텁다.
〈다음은 청구그룹편〉 이원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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