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유성 산업은행장 “금융위에 리먼 인수 세 차례 보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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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민유성 산업은행장은 “내가 직접 (리먼 인수와 관련해) 세 번에 걸쳐 금융위원장과 부위원장에게 보고를 했다”며 “MOU(양해각서)를 체결해 오면 금융위원회가 (출자 한도를 초과해 투자하는 것을) 승인할지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금융위 쪽의) 이야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민주당 박선숙 의원이 “산은은 지난 5월 말 현재 출자한도가 616억원에 불과했다”며 “60억 달러에 달하는 리먼 인수에 1조~2조원을 투자할 수 있다고 했던 것은 금융위의 누군가가 출자한도 예외 적용을 승인해줄 거라 언질을 했기 때문 아니냐”고 따지자 나온 답변이었다.

윤용로 중소기업은행장(右)이 21일 국회 정무위 국감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그 옆은 민유성 산업은행장과 이수화 증권예탁결제원 사장. [김형수 기자]


민 행장의 이날 발언은 그동안 “리먼 인수는 민간 주도로 해야 한다고 일관되게 산은 측에 전달했다”는 전광우 금융위원장의 공식 입장과는 다른 주장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리먼 인수 시도는 여야를 막론하고 도마에 올렸다. 한나라당 고승덕 의원은 “산업은행은 곧 망할 주식을 부도나 주가 하락의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금융위원회에 허위 보고한 뒤 인수하려고 했다” 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계획 발표 당시 ‘원칙론’과 ‘재검토론’이 팽팽했던 산은 민영화에 대한 여야의 입장은 이날 ‘속도 조절론’으로 수렴했다. 민주당 이석현 의원은 “지금 같은 금융위기 상황에서 순자산 가치가 18조원인 산은을 팔아 치우는 것이 가능한가”라며 “당분간은 보류해두고 위기가 지나간 뒤에 다시 논의하는 것이 좋다”고 지적했다. 한나라당 이사철 의원도 “금융위기가 2~3년은 갈 텐데 위기를 극복하고 난 다음에 민영화 문제를 거론해도 시기적으로 늦지 않다”며 신중한 추진을 주문했다. 이에 대해 민 행장은 “동감하는 부분이 많다”며 “올해 민영화법을 통과시켜 주면 실제 민영화라고 얘기할 수 있는 지분 매각 등은 시장 상황을 봐가며 하겠다”고 답했다.

◆“대우조선 유찰 시 포스코 재입찰 가능”=민 행장은 산은의 대우조선해양 매각과 관련, “유찰이 되면 새로운 입찰을 하게 되고 그때 포스코도 참여할 수 있는 것으로 법률 의견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찰이 되면 포스코가 다시 입찰에 참여하게 되는 것인가”라는 이석현 의원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앞서 산은은 16일 대우조선해양 매각에서 포스코-GS 컨소시엄의 단독 입찰을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무효 처리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권호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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