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전남 드래곤즈는 눈앞에 고지가 보이면 독해진다. 단기 전투에 유난히 강하다. 넉다운제로 치러진 FA(축구협회)컵에서는 2006·2007년 연거푸 우승했다.
그런 두 팀이 만났다. 22일 오후 7시30분 수원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삼성 하우젠컵대회 결승에서다. 장기전과 단기전의 강자 간 대결이라는 점 외에, 경신고 5년 선후배 사이인 차범근(사진左) 수원 감독과 박항서右 전남 감독의 대결이라는 점도 관심이 쏠리는 대목이다. 상금은 우승 1억원, 준우승 5000만원이다.
◆수원 “이번 단기전은 다를 것”=수원은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 선두 성남 일화와 승점은 같고 골득실에서만 밀린 ‘1위와 다를 바 없는 2위’다. ‘장기전의 강자’ 모습에는 변함이 없다. 이것으로 만족할 수 없다는 듯 올 시즌에는 단기전인 컵대회에서도 힘을 냈다. 컵대회 예선에서 조 1위로 6강에 올라 결승까지 내달렸다. 차범근 감독은 “단기전에 약하다”는 평가에 대해 “그때마다 부상자가 많았다”고 응수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수원은 ‘부상 병동’이다. 이천수·신영록·백지훈·이정수 등 공·수의 주축들이 부상으로 못 나온다. 차 감독은 “출전 기회가 많지 않았던 선수들(배기종·홍순학·최성환·양상민)이 기대 이상으로 잘해주고 있다”며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급 수비수 마토와 이번 시즌 14골을 기록 중인 브라질 출신 에두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
◆전남 “우리도 자존심이 있다”=전남은 올 시즌 정규리그 11위에 처져 있다. 6강 플레이오프행이 불가능하진 않지만 전망이 밝다고 할 순 없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는 조기 탈락했다. 컵대회는 전남이 기대할 수 있는 사실상의 마지막 타이틀이다. FA컵 우승 덕분에 컵대회 6강에 직행한 전남은 부산 아이파크와 전북 현대를 잇따라 3-0, 3-1로 꺾고 결승에 올랐다.
‘골 넣는 수비수’ 곽태휘도 부상에서 복귀했다. 박항서 전남 감독은 “수원은 선수도, 감독도, 지원도 최고 아니냐”는 가시돋친 칭찬으로 전의를 불태웠다. 그는 “모든 면에서 상대에게 못 미치지만 단기전에서는 그런 점이 오히려 희망이 될 수 있다”고 선수들을 자극했다. “져도 본전이라는 생각이냐”는 질문에는 “우리도 자존심이 있다”고 맞받았다.
이해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