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의 제왕 vs 단기전 강자 … 누가 축배 들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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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프로축구 K-리그의 강자 수원 삼성은 지난 두 시즌 동안 아무런 타이틀도 차지하지 못했다. ‘전투’의 연속인 리그에서는 공포의 팀이지만 정작 타이틀을 걸고 맞붙는 단기전에서는 번번이 패퇴했다.

반면 전남 드래곤즈는 눈앞에 고지가 보이면 독해진다. 단기 전투에 유난히 강하다. 넉다운제로 치러진 FA(축구협회)컵에서는 2006·2007년 연거푸 우승했다.

그런 두 팀이 만났다. 22일 오후 7시30분 수원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삼성 하우젠컵대회 결승에서다. 장기전과 단기전의 강자 간 대결이라는 점 외에, 경신고 5년 선후배 사이인 차범근(사진左) 수원 감독과 박항서右 전남 감독의 대결이라는 점도 관심이 쏠리는 대목이다. 상금은 우승 1억원, 준우승 5000만원이다.

◆수원 “이번 단기전은 다를 것”=수원은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 선두 성남 일화와 승점은 같고 골득실에서만 밀린 ‘1위와 다를 바 없는 2위’다. ‘장기전의 강자’ 모습에는 변함이 없다. 이것으로 만족할 수 없다는 듯 올 시즌에는 단기전인 컵대회에서도 힘을 냈다. 컵대회 예선에서 조 1위로 6강에 올라 결승까지 내달렸다. 차범근 감독은 “단기전에 약하다”는 평가에 대해 “그때마다 부상자가 많았다”고 응수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수원은 ‘부상 병동’이다. 이천수·신영록·백지훈·이정수 등 공·수의 주축들이 부상으로 못 나온다. 차 감독은 “출전 기회가 많지 않았던 선수들(배기종·홍순학·최성환·양상민)이 기대 이상으로 잘해주고 있다”며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급 수비수 마토와 이번 시즌 14골을 기록 중인 브라질 출신 에두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


◆전남 “우리도 자존심이 있다”=전남은 올 시즌 정규리그 11위에 처져 있다. 6강 플레이오프행이 불가능하진 않지만 전망이 밝다고 할 순 없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는 조기 탈락했다. 컵대회는 전남이 기대할 수 있는 사실상의 마지막 타이틀이다. FA컵 우승 덕분에 컵대회 6강에 직행한 전남은 부산 아이파크와 전북 현대를 잇따라 3-0, 3-1로 꺾고 결승에 올랐다.

‘골 넣는 수비수’ 곽태휘도 부상에서 복귀했다. 박항서 전남 감독은 “수원은 선수도, 감독도, 지원도 최고 아니냐”는 가시돋친 칭찬으로 전의를 불태웠다. 그는 “모든 면에서 상대에게 못 미치지만 단기전에서는 그런 점이 오히려 희망이 될 수 있다”고 선수들을 자극했다. “져도 본전이라는 생각이냐”는 질문에는 “우리도 자존심이 있다”고 맞받았다.

이해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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